정치권, 경제위해 뭘 했나

우리가 어렵긴 해도 이만큼 먹고 사는 게 누구 덕일까, 물론 우리 각자가 노력하는 우리의 덕이다. 하지만 우리가 먹고 살고자 하는 노력을 받쳐주는 저력이 있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고 떠드는 정치권이 아니다. 정치권은 되레 방해꾼이다. 정답은 기업이다. 중소기업도 그렇지만, 대기업의 힘이 크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린 수출로 먹고 산다. 외국에 물건을 팔거나 외국 기업과의 합작으로 달러를 끌어들여 온다. 근래엔 삼성SDI가 독일 BMW와 전기자동차 용품인 리틀라이온 전지의 단독 납품계약을 맺었다. 총 매출가가 6조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세계시장 점유율의 37.2%, 하이닉스는 23.8%를 차지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시장 판매 분야에서 일본의 닛산차를 추월했다. LG의 약진 또한 눈부시다.

재계 인사가 한마디 했다. “우리 정치는 문제를 해결해 주기보다는, 문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말이다. 얼마전 제주에서 가진 ‘2009 하계포럼’ 개회사에서 그랬다. 정치사회가 어지러운 판에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투자를 어떻게 할 수 있느냐면서, 그같은 쓴 소릴 뱉었다.

이에 정치권에선 발끈하는 소릴 냈지만 정치권이 잘한 건 개뿔도 없다. 국회의원들은 만날 쌈박질을 일삼거나, 아니면 놀고 먹어도 고급차 타고 다니면서 꼬박꼬박 세비를 탄다. 세비만이 아니다. 보좌관이며, 비서진이며, 승용차 기사며 하여 국회의원 한 사람 앞에 달린 대여섯 명의 월급도 국고에서 축난다.

기업인들은 돈을 버는 것이 직업이어서 흥청망청 돈을 쓰는 것 같지만 아니다. 땀 흘려 번돈이 아까워 차마 잘 쓰지 못한다. 구두쇠 노릇이 몸에 젖었다. 예를 든다. 김영태 SK에너지 부사장 승용차는 아반떼다. 아반떼 차를 손수 운전하며 동분서주하는 것을 본 김태두 태화특수차 대표는 목격담을 전하며 이렇게 일갈했다. “그래! 좋은 차 타고 다니면서, 거들먹거리는 국회의원놈들은 쌈질 아니면 뭘 하나? 달러를 들여왔어! 기름을 들여왔어!”라고 했다.

경제난이 아직 풀리지 않은 이 시기의 애국자는 일자릴 만든 고용주다. 하다못해 식당 주인일지라도, 그리고 기껏 한두 명을 고용한다 해도 그가 참 애국자다. 소득 분배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견인역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더 말할 것 없다. 기업은 존립하는 것만으로, 이미 사회 기여도가 충분하다. 하물며 고용확대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대기업은 국가사회 경영의 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수출전선은 총성없는 전쟁이다. 예컨대 1일 24시간 1년 365일동안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지구촌을 누비느라고 비행기를 탄 채 공중에 떠 있는 것이 삼성맨이다. 대기업마다의 연구실 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 것은, 날로 첨단화하는 해외 경쟁상품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다.

정치권에 묻는다. 뭘 했고, 뭘 잘했다고 대기업을 나무라고 재계를 탓하는 가를 묻는 것이다. “세계 1등 제품을 많이 만들어 내는 우리나라가, 왜 1등 국가는 못되는 지 안타깝다”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의 토로는 백번이고 지당하다. 정치권은 어려운 경제를 헤쳐나가는 데에 과연 얼마만큼 도움을 주었는 지를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일찍이 설파한 명언이 있다. “한국의 기업은 1류, 행정은 2류, 정치는 3류다”라고 했다. 1995년의 일이니까, 벌써 14년 전이다. 개탄스런 것은 14년이 지났는 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3류정치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권은 권력을 지녔다. 대기업 등 재계는 권력이 없다.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다. 정치권이 ‘못된 아제비 항렬만 높다’는 말처럼 재계에 위세 하려고 들어선 미래가 어둡다. 지금 나라를 버텨가는 것은 정치권의 힘이 아니다. 경제의 힘이다. 재계는 정치권의 시녀가 아니다. 수평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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