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올해 상반기 중에 적극 실시된 정부의 재정투자 증대와 금융안정책의 영향으로 우리경제가 경제위기 국면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정부의 투자여력이 소진되면서 우리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경제의 경기회복의 열쇠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 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하반기 이후 민간 기업의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 투자가 활성화되어야 우리경제는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녹색기술혁신(Greeninovation)을 이루기 위해서도 기업 연구개발투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의 R&D 투자가 없는 녹색성장은 대외의존도 심화와 같은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들어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4%대로 하락하고, 경제위기로 인해 최근에는 3% 이하로 내려앉는 등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인구고령화 등으로 2020년경에는 2% 이하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 자본과 같은 물적 투자 증가의 한계를 감안할 때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증가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얼마 전 정부는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2012년까지 국가 전체 R&D 투자를 GDP 대비 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정부는 연평균 10.6%, 민간 기업은 15.8%의 투자 증가가 필요하며 특히 전체 연구개발 투자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의 투자 증가 없이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기업들은 경제위기 등으로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축소되었기 때문에 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국내 연구개발 투자는 글로벌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세계 연구개발 투자 상위 100대 기업에 미국 39개, 유럽 38개, 일본 18개 기업이 포함되었으나 한국은 삼성전자(12위), 현대자동차(55위), LG전자(67위) 등 3개 기업만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 전체 기업 연구개발 투자 중 70% 이상을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부진하다. 또한 전기전자 및 자동차 등 제조업이 전체 투자의 90% 정도를 담당하고 있어, 서비스산업이나 제약, 바이오 등의 신기술분야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미약하다. 더 나아가 우리경제는 원천기술과 핵심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수출의 수입의존도’를 높여 만성적인 기술수지 적자와 ‘고용 없는 성장’이 초래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처방전은 자명하다. 우리 기업의 R&D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R&D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요인들을 개선해야 하며, 생산성 제고와 고용창출에 핵심적인 중소·중견기업과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여 이들의 R&D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는 혁신형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R&D 지원을 강화하고, 부설연구소가 없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대학 내에 부설연구소 설치를 지원하여 이들 기업의 대학 연구역량 활용을 지원해야 한다. 기술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제품출시까지 필요한 후속 연구개발 사업 및 사업화 단계의 투자 위험을 보완할 수 있는 정부 지원 또한 필요하다. 앞으로 국가간 기술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R&D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정승연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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