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환경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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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母乳)가 아기들에게 좋다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아기들이 모유를 먹으면 성장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유익하다. 우리나라 모유수유율이 해마다 높아지는 현상은 매우 바람직하다. 2005년 당시 생후 6개월 기준으로 과거보다 훨씬 높아진 37.4%였다.(본보 8월 6일자 8면)

그러나 유럽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의 50~70%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한데 그 원인이 외출시 모유를 마음 놓고 먹일 수 없는 환경때문이란다. 모유가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좋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는 있으나 모유를 먹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여성을 우대하는 백화점, 대형마트, 고속도로 휴게소 등엔 대부분 수유실이 있지만 관공서, 지하철역, 일반 사업장엔 편안하게 젖을 먹일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없다.

예를 든다. 경기도내 91개 지하철역 중 27개 역에만 수유실이 설치돼 있다. 그나마 찾기가 어렵다. 수원역의 경우 수유실을 이용하려면 2층 기차역의 고객상담실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안내판이 보이지 않는다.

관공서도 마찬가지다. 도내 31개 시·군 청사 내에 민원인이 사용할 수 있는 수유실이 있는 곳은 수원·광명·평택·광주·남양주·김포 등 6곳 뿐이다. 관공서에서 수유실을 이용하려면 여직원 휴게실을 이용하거나 이마저 없는 경우 화장실에서 수유를 한다. 불편이 막심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버스 안에서 여성(엄마)들이 스스럼 없이 아기에게 모유를 먹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모유 수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와 달리 변질돼서다. 젖을 먹이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 탓이다. 능히 이해된다. 그렇다고 모유수유를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사회구조적으로 문제점을 진단해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말로만 출산장려를 외칠 게 아니다. 수유여성들이 출근하거나 외출할 때 수유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경기도의 경우 정책적으로 수유실 설치를 유도하고 있지만 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가정 밖에서 아기에게 모유를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인식변화와 배려가 필요하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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