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미얀마 특별법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피고인은 아웅산 수치(64), 죄명은 가택연금위반죄로 강제노동의 징역 3년이 선고됐다. 미얀마 군정은 수치 여사가 세번째 가택연금 중 외국인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체포했던 것이다.
코미디가 연출된 것은 재판 직후다. 재판이 끝나기가 바쁘게 돌연 법정에 들어선 정부 고관은 마웅 우 내무부장관, 그는 군정 최고 지도자인 탄 슈웨 장군이 감형했다며 감형 결정문을 읽었다. “미얀마의 평화 유지를 위해 감형한다. 피고인이 미얀마 독립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딸이라는 점도 감안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면서 징역 3년의 형량을 가택연금 1년6개월로 낮춘다고 했다.
그녀는 1945년 미얀마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아웅산의 딸로 태어났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졸업, 유엔에서 일하다가 미얀마로 귀국해 정치에 뛰어든 것이 1988년이다. 이에앞서 1962년 군부 쿠테타로 정권을 잡은 조국의 군정을 종식시키기 위해서였다.
민주민족동맹(NLD)을 결성, 민주화운동에 나섰다. NLD는 1990년 총선에서 마침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495석 중 392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에 당황한 미얀마 군정은 이내 선거무효를 선언했다. 미얀마의 민주화 서광은 군정의 거듭된 폭거로 다시 암울해졌다.
미얀마는 내년에 총선을 20년만에 또 실시한다. 이를 앞두고 수치 여사의 활동을 묶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고 쇼를 벌인 것이 군사정부의 재판놀음이다. 지난 세번째 가택연금 기간이 2주면 종료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번의 네번째 가택연금 1년6개월은 내년 총선기간이 포함되는 것이다. 수치여사는 민주화운동 투신 21년동안 14년째 연금당해 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의 열정과 투지는 여전하다. 미얀마 국민의 상징적 존재다. 그녀는 키 161㎝, 몸무게 50㎏의 가녀린 몸이지만, 태산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1991년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수치 여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대단하다. 유엔안보리며 유럽연합(EU) 등은 수치 여사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이 획책하는 내년 총선은 NLD의 정치활동을 봉쇄하는 관제선거다. 수치 여사 의 석방에 의한 자유 여부가 미얀마 민주화의 고비가 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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