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큰집과 프로축구연맹 작은집의 묵은 싸움이 한국축구 발전을 저해한다. 프로축구연맹의 법인 독립화에 축구협회의 연맹 회장 선임 및 예산 결산 승인권 고수, 축구복표사업의 수익금 배분에 6-4로 협회 측이 더 많은 것이 연맹 측의 불만을 산 갈등 요인이다. 각 구단의 선수들을 뽑아서 갖는 A매치에 상당한 수입을 보면서도, K-리그엔 아무 도움이 없다는 것도 연맹 측의 볼멘소리다.

이런 골 깊은 대립이 마침내 오는 9월5일로 예정된 우리 국가대표팀과 호주 국가대표팀의 평가전에 불똥이 떨어졌다. 프로축구연맹 측이 대표선수 차출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표면상의 이유는 K-리그 일정 때문이라지만, 묵은 갈등이 대표선수 차출 거부로 표출된 것이다.

다급해진 것은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다. 부랴부랴 서둔 것이 해외파 총동원령이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박주영(AS 모나코)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안정환(다렌 스더) 설기현(풀럼) 조재진(감바 오사카)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조원희(위근 애슬레틱) 이영표(알 힐랄) 이정수(교토 퍼플상) 차두리(프라이부르크) 김동진(제니트) 김남일(빗셀 고베) 김근환(요코하마 마리노노) 김동진(제니트) 등 15명이다.

그러고 보니 한때 낯익었던 얼굴들이다. 아직은 박지성, 박주영 같은 젊은 층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장들이다. 만약 프로축구연맹에서 대표팀 차출을 끝내 거부하면, 축구팬들은 해외파 일색 국가대표팀의 희한한 평가전을 구경하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경우, 걱정되는 포지션이 이운재(삼성)가 비운 골키퍼다. 해외파에 골키퍼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해외파 일색의 국가대표팀은 사실상 국가대표팀이 아니다. 허정무 감독은 그동안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미래 지향적 대표팀을 구성해 성공적으로 육성해 왔다. 기성용(FC 서울) 김치우(〃) 김정우(성남)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 강민수(〃) 등은 허정무 팀의 핵심 멤버다.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이나, 다 한국의 축구 가족이다. 원만한 해결이 있기를 바란다. 축구팬들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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