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이다. 캐나다 앨버트주 남부에 있는 캘거리라는 도시에서 에드먼트로 이동하면서 들른 도시외곽지역의 주유소에서 본 “CO-OP(협동조합)”라는 대형광고판의 네온사인이 참 인상 깊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장지역인 듯한데 “CO-OP”라는 대형옥외광고판이 간간히 눈에 띄고, 적지 않은 쇼핑몰의 옥외광고물 역시 “CO-OP”로 낮선 이국에서의 낮선 광고물들을 보면서 이 지역에서 협동조합은 지역공동체로서 지역경제의 주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우리에게 협동조합은 지역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특히 1차산업 생산자로 구성된 농협, 수협, 축협 등과 달리 공산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조직체인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지역경제에서 어떻게 접목되어 기업의 제품생산 및 고용창출 기능을 제고시켜 지역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가? 라는 호기심으로 문헌을 뒤지고 자료를 검색해 보아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협동조합은 그 기능이나 역할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물론 정책 입안자들에게조차 제대로 인식되어 있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일부는 오히려 협동조합은 반시장경쟁적이고, 구시대적인 조직체로서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조직체로 잘못 인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협동조합 조직이야 말로 비영리기관으로 시장에서 특정기업의 독점을 저지하는 경쟁의 척도역할을 하며, 시장경쟁촉진을 통해 재화와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며, 지역경제의 파수꾼으로서 지역경제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는 조직이다.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야기된 경제위기로 인한 많은 기업의 파산은 결국 대량의 실업을 양산하였는데, 이런 시장원리주의자들이 초래한 대량실업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부에 의해 반시장경쟁적이라 주창하던 협동조합이 그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지역 내 협동조합은 지역의 수요와 개별기업 및 개인적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역의 청년실업이나 장기실업문제는 영리조직이나 정부기관인 지방자치단체 역할로는 한계가 있으며, 지역 내 협동조합을 파트너로 이용하여 실업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이 풍부한 유럽의 경우 협동조합을 통하여 장기실업자나 청년실업자를 흡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협동조합을 통해 지역 내 1인 창업자들의 공동경영활동을 지원하거나 창업기업의 성공률을 제고시키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공동체로서 지역경제활성화에 큰 몫을 해낼 수 있으리라 본다.
실제로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유럽사회에 만개되어 있는 사회적 기업의 활동이나 조직구조는 협동조합 조직구조에 근간을 두고 있다. 특히, 스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연합이라든가 이탈리아 볼로냐지역의 협동조합공동체는 가히 협동조합 집성촌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협동조합 네트워크조직으로 세계적 기업 및 도시로 발전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역경제가 안고 있는 장기실업이나 청년실업 등 실업문제라든가 수요창출을 통한 지역민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새롭게 고용을 창출하는 오래된 미래로서 CO-OP(협동조합)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인바, 이제는 우리도 협동조합공동체가 경기도 내 하나의 지역커뮤니티에서라도 형성되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김수환 중소기업중앙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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