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춘천옥 능수엄마’(JANA문화사 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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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쌈과 막국수로 서울 장안의 대표 요식업으로 성장한 춘천옥의 성공실화를 담은 장편소설 ‘춘천옥 능수엄마’(JANA문화사 刊)의 한대목이다.
저자 김용만씨가 실제 ‘춘천옥’을 운영한 자신의 경험을 소설에 녹여낸 것. 개업 당시 테이블 4개에 직원 1명 뿐인 춘천옥을 3년만에 테이블 100개, 직원 40명이 넘는 음식점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왜 음식점을 택했을까.
“자기 이속만 찾는 시대에 사람들간의 끈끈한 믿음과 유대를 회복하고 싶었어요. 음식점에서 주인과 종업원과의 관계를 통해 신뢰성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표면적으로 창업성공기처럼 보이지만 내면은 다른다. 작가는 예술적 신념을 지닌 장인정신으로 사람을 대한다.
‘춘천옥에 오신 손님은 왕처럼 대접 받기를 좋아하면서도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 지배당하고 싶어합니다. (중략) 손님들께 이렇게 외치고 싶어요. 미침의 세계를 체험하시요! 제가 직원들을 미치게 하고, 직원들이 춘천옥을 미치게 하고, 손님들이 저를 미치게 합니다. 미침의 순환이죠’
이야기 하나하나 생동감 넘친다. 노름방을 드나들던 능수 엄마가 춘천옥의 팀장을 맡으면서 생기를 얻고, 경쟁 업체인 대승옥 그리고 춘천옥을 찾는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의 단골손님이 재미를 더 한다.
최동호 고려대 국문화 교수는 추천사에서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이 소설 속 등장인물이 금방 시장 거리에 있는 음식점에서 튀아나올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인간성 회복을 쫓는 작가의 바람은 소설 곳곳에 나타난다.
‘손님이 북적대기만을 바랐습니다. 이익이 나든 말든, 재산이 모아지든 말든 그건 알 바 아니었죠. 손님 끄는 재미에만 미칠 뿐이었습니다. 손님이 미어터지면 흥이 나고 손님이 떨어지면 사는 맛을 잃었어요.’
소설은 빠른 스피드로 진행된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다루며, 주인공의 회상 과정을 거쳐 폭넓은 시간을 넘나든다. 당시 소외된 계층이 세상과 부딛히는 가운데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모습도 엿보게 된다.
대개 성공스토리처럼 대승옥이 등장하며 춘천옥은 위기를 맞는다. 그러나 주인공이 탁월한 능력을 발휘, 춘천옥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는다. 뛰어난 경영전략과 특별히 사람을 대하는 노하우. 여기다 최고의 음식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이야기가 쉴틈 없이 전개된다.
“인간성 회복이란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재미난 요소를 몇 가지 첨가했어요. 음식 비결이나 제가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직접 겪어본 유명인들의 이야기죠. 또 음식에 대해선 아내한테 많은 조언을 얻었죠.”
김용만 작가는 소설속 주인공처럼 잘 나가던 음식점을 접고 지난 2005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에 서종문학박물관을 건립했다. 현재 경기대학교 초빙교수로 활동하며, 계간 서정시학에 세계문학기행을 연재하고 있다. 값 1만원.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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