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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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는 크게 소주(燒酒)와 청주(淸酒) , 탁주(濁酒)로 나뉜다. 맥주에 밀려났던 대중적인 막걸리는 최근 건강 바람을 타고 시민권을 되찾았다. 전통소주와 청주도 부활했다. 한때 청주를 일본 청주의 한 브랜드인 ‘정종’이라고 불렀지만 적절치 않은 말이다.

예로부터 차례상엔 맑은 술인 청주를 올리는 게 법도였다. 청주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술은 경북 경주의 교동법주와 충남 서천 한산의 소곡주다. 교동법주는 궁중의 공식 행사에서 사용한 술로, 빚는 날과 빚는 법을 지켜 술을 담근다고 하여 ‘법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경주 교동의 최씨 집안에서 찹쌀과 밀로 만든 누룩으로 만드는데, 16~18도 정도로 맛과 향이 좋다. 일반 멥쌀로 만든 경주법주와 찹쌀로 빚은 ‘화랑’도 있다.

소곡주는 백제 때부터 빚어졌다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술이다. 경주법주와 함께 대표적인 청주다. 역시 달고 부드러운 맛이 좋아 한번 마시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고 하여 ‘앉은뱅이술’이라고도 한다.

조선 중기부터 빚어지기 시작한 전남 해남의 진양주는 13도 안팎의 청주로 취기가 은은하며 경주법주보다 강한 향이 난다. 충남 면천의 두견주, 밀양의 교동방문주 등이 청주 또는 약주에 속한다. 청주에 약초 등 다른 재료를 첨가해 빚은 술이 약주다.

고려 때 몽골군이 갖고 들어온 것으로 전해지는 소주는 평양, 안동, 제주 등 몽골군의 주둔지가 명산지다. 안동소주는 45도로 높지만 맛이 깊다. 또 몽골군의 일본 공격 기지가 있었던 제주에 ‘고소리술’이라는 좁쌀소주가 남아 있으며, 전라도에선 진도의 홍주와 영광의 법성포 토주가 이름난 전통소주들이다.

일반 소주는 대기업 양조장과 각 지방 술도가에서 다량으로 생산한다. 제주도의 ‘한라산’ 소주 맛은 일품이다. 수원에선 ‘샛별’ 소주가 유명했었다.

평양에서 처음 만들어졌다는 문배주는 1950년 전쟁 때 서울로 이주한 이경찬씨의 아들 이기찬씨와 손자 이승용씨가 5대째 만들고 있다. 문배주도 여러 지역에서 나오는데 중국의 고량주처럼 수수를 넣어 빚은 술이어서 맛이 달다. 40도짜리와 23도짜리가 함께 나온다. 한가위를 앞두고 전통주를 많이 찾는 것은 옛 음주문화를 보전하는 점에서 참 좋은 현상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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