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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텔레비전 시대를 내다보고 수년간에 걸쳐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영상홍보 솔루션 개발을 위해 자신의 전 재산과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을 걸고 매진한 끝에 국제특허 획득에 성공한 그였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인해 내가 받은 충격은 더욱 남달랐다. 지금 그는 회사를 개인 기업에서 주식회사 체제로 바꾸고 사업장도 서울 강남의 요지로 옮겼다. 그에게 돈이 새로 들어오고 사업이 번창해서 내린 조치가 아니라 남들 보기에 그럴 듯하게 변신을 해야 바라던 돈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니까 조만간에 자신의 회사에 투자할 사람들이 몰려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없었다. 참으로 낙심천만의 일이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투자자 모집에 나서기를 여러 번 시도했으나 그의 기술을 헐값에 거저먹으려는 사람들만 나타날 뿐 국내시장에서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는 사업자금 융통을 위해 하는 수 없이 경기도 소재의 정부계 금융기관이나 보증기관의 문을 노크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상담창구에서부터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 “법인기업인가요? 직원 수는 몇 명이나 되지요? 전년도 매출액은요? 담보 물건은 있나요?” 창구직원의 질문은 기술의 가치는 얼마인지, 그의 기술이 어디에 적용되는지, 관련 산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의 핵심적인 내용에는 관심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답답한 나머지 정 사장은 외국 선진국에서는 기술 자체가 큰 재산이며 기술 평가를 통해 자금을 융통해주는 외국의 사례를 창구직원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 창구직원은 돈을 꿔주었을 때 상대방이 갚을 능력이 있는지 여부에만 오로지 관심을 보이더라는 것이었다. 정부계 금융기관의 이런 모습에 ‘열 받은’ 정 사장은 마침내 사업장도 서울 강남으로 옮겨버리고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그가 개발한 소중한 지적 재산을 해외업체에 팔아버리기로 작정했다.
이런 어처구니없고 어리석은 제도의 맹점과 관련기관의 책상물림 관행이 우리 경제에 끼친 손실을 예로 들어보자. 정상국 사장에 따르면 자동차 에어백 기술을 어느 우리 국내업체가 개발하여 자동차 제조회사 여기저기에 노크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의 반응은 차가왔으며 무관심했다. 결국 이 기술은 해외로 팔려나갔고 우리는 지금 그 기술을 외국 기업에게 로열티를 물으면서 되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기업풍토가 존속되는 한 대한민국 땅에서는 한국판 빌게이츠는 결코 탄생할 수 없으며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 중소기업을 따라잡는 일은 요원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는 몇 년 전부터 서울의 인구를 넘어섰다. 산업구조 측면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탄탄한 기반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메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경기도에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자본력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조금만 지원해주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벤처기업들에게 자금 지원과 융통을 통해 보다 많은 관심과 과감한 지원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
‘경기도 기술 없이는 대한민국 기술도 없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술 집약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에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어볼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의 가치를 기업지원의 새로운 잣대로 삼는 대담한 발상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장준영 민생경제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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