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중 작사 애국가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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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石童) 윤석중(尹石重·1911~ 2003) 선생은 ‘한국 아동문학의 아버지’다. 윤석중은 1924년 동요 ‘봄’을 ‘신소년’에 발표한 뒤 80년 세월을 동시 짓기와 어린이를 위한 운동에 헌신했다. 그가 지은 동시는 ‘어린이날 노래’ ‘낮에 나온 반달’ ‘기찻길 옆’ ‘앞으로’ 등 1천200여 편이다.

어린이 사랑과 나라 사랑에 헌신했지만 윤석중은 ‘애국가’에 대해선 비판적이었다. 2절의 ‘철갑을 두른 듯’ 등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애국가란 명칭에 대해서도 “애 국가, 어른 국가 따로 있나. ‘나라사랑 노래’가 좋겠다”는 말도 했을 정도다.

그는 작고 3년 전인 2000년 나라사랑 노래 ‘동해물과 백두산’을 새로 지었다. 작곡가 김동진(金東振·1913~2009) 선생이 곡을 붙인 이 노래는 “어제 없는 오늘이 어디 있으며 오늘 없는 내일이 어디 있으랴 … 안 마르는 동해물 푸른 그 물결 닳지 않는 백두산 옛날 그 모습”이란 가사를 담았다.

그런데 윤석중이 1946년에도 ‘우리나라 노래’를 작사, 신문에 발표한 사실이 지난 8월 아리랑연합회에 의해 밝혀졌었다.

당시 자유신문은 8월7일자에 “조선아동문화협회가 윤석중에게 우리나라 노래 새 ‘애국가’ 작사를 의뢰했다”고 보도한 뒤 8일자 ‘새 애국가 우리나라 노래, 윤석중씨 작사를 발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1946년 8월8일자에 실린 윤석중의 ‘우리나라 노래’ 1절은 ‘아득한 역사를 품에 안고 / 구비처(굽이쳐) 흐르는 두만강물 / 세계의 하늘과 서로 통한 / 자유와 평화의 우리 하늘’이었고, 2절은 ‘백두산 꼭대기 맑은 정기 / 대대로 물이며(물리며) 크는 겨레 / 이마에 흐르는 땅방울로 / 나날이 살찌는 우리 옥토’였다. 후렴은 ”무궁화 꽃피는 나의 조국 / 이 땅에 태어난 복된 우리”였다.

기존 ‘애국가’의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란 가사가 ‘소멸적이고 퇴행적’이라는 당시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윤석중의 ‘애국가’는 새 나라의 발전을 염원하는 희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안익태 선생 작곡의 ‘애국가’가 아직도 작사자 미상인채로 불려지는 것이 석연치는 않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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