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국회의원 손목에 덜컥 수갑을 채운다. 놀라운 것은 국회의원이 순순히 응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집회 시위에 참여한 사람이 폴리스 라인을 어기면, 국회의원이고 뭐고 간에 어김없이 이토록 제재를 받는다. 물론 수갑을 찬채 일단 연행된 뒤 대개의 경우 훈방되긴 한다. 이는 법질서 의식의 존중이다. 얼마 전에는 오바마가 양원합동회의에서 의료보험개혁 관련 연설을 하던 중에 “거짓말이야!”라고 야유한 공화당의 한 하원의원이 호된 비판 속에 치도곤을 치렀다. 자당인 공화당 안에서도 강도 높은 질책이 있었다. 하원은 그 의원에 대한 ‘비난결의’를 채택했다. 이는 의정의 존엄성이다.
오늘날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치인의 이 같은 법질서 의식, 의정 존엄성 정신이 저력이 되어 초강대국이 됐다. 그런데 집회 시위를 벌이면 으레 난투극을 벌이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다. 경찰이 제재하면 “감히 국회의원에게 손댄다”고 큰소리친다. “야당 탄압”이라며 “경찰 책임자를 파면하라”고도 한다. ‘적반하장’이다.
국회 선진화 관련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본회의장에서 폭력을 휘두른 국회의원은 제명까지 하는 내용이 검토되는 것 같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을 폭력배 취급하듯이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 참 말 한 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의사당 문을 전기톱으로 박살내고, 기물을 마구 부수고, 출입문에다 대못질을 해대고, 걸핏하면 의장석 주변에서 난투극을 일삼으면 폭력배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폭력국회는 국제사회에 평판이 나 있다. 폭력배 중에도 조직폭력배나 진배없다.
국회 선진화 방안은 국회를 상시국회화하는 것도 포함됐지만, 뭣보다 폭력의원 추방이 반드시 제도화돼야 한다.
국회의원 스스로 법질서 의식이 투철하고, 의정의 존엄성을 존중할 줄 아는 새로운 기풍이 조성돼야만 비로소 정치 발전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국회의 개혁이다. 국회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정치집단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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