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일선 기자로 법조 출입을 할 때다. 판사들과 가끔 논쟁을 벌인 문제가 여름철 아이들의 참외서리였다. 이에 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판사들과 다툼을 갖곤 했다. 그땐 영장 전담 판사 없이 판사들이 돌아가며 야간 영장을 맡았었다.
절도의 범의보단, 장난의 의도가 많은 참외서리 아이들을 도둑놈으로 몰아 소년원에 보내면 교화는커녕 진짜 도둑놈을 만든다는 것이 내 주장이었고, 나도 어렸을 적에 참외서리를 해 봤는데 당신은 안 해 봤냐고 공박하곤 했다. 그러면 판사들은 으레 피해자의 고소가 있었고 또 실정법상 부득이한 것이라며, 자신은 참외서리 경험이 없다고 반박하는 것이었다.
이러다 보면 범죄 성립이 안되는 것으로 “고의성의 미성립”을 들면 “학설에 없는 소리”라느니, “체험적 진리도 있다”느니 하며 서로가 주장을 굽히지 않곤 했다. 국어대사전은 서리란 말을 ‘떼를 지어서 남의 물건을 훔쳐 먹는 장난’(닭, 참외)이라 하고, 서리꾼은 ‘서리를 하는 장난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판사의 직무 수행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판사 자신의 인품이다. 사실심리의 정확한 통찰, 증거능력 유무의 판단, 법률 적용의 해석 등 자유심증주의에 속한 이런 주요 내용을 좌우하는 것이 판사의 인품에 달렸다. 판사의 인품이란 양심·교양·경험·성품·분별력 등이다.
판사라고 해서, 다 같은 판사가 아니다. 판사의 자질이 의심되는 판사가 전혀 없다 할 수 없다. 머리는 총명해서 사법시험에 붙어 판사는 됐어도, 인품이 미흡하면 판사 자질 역시 미흡하다. 이런 판사는 다만 법조문만 살피는 ‘기계판사’다.
신임 판사가 특목고며 강남 출신으로 30% 넘게 쏠렸다 하여 논란이다. 쏠림 현상 자체는 물론 좋다 할 순 없다. 아마 부유한 집안에서 넉넉하게 공부했다고 보는 것이 부정적인 관점인 것 같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신임 판사들 역시 인품이다. 인품 또한 성장 과정이 인격 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부유한 집안에서 넉넉하게 공부한 환경이 무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작 인품의 숙성을 좌우하는 것은 본인 당사자다. 판사 수가 많아져 전 같지 않다지만, 좋은 판사들이 많을 것으로 믿고자 한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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