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시인)이 잡지라는 잡지마다 창간호를 수집해 온 것은 이미 알려진 일, 그런데 1967년부터 이토록 모아온 한국잡지사(史)의 희귀 자료 9천700여종을 수원시에 흔쾌히 기증해 오늘 수원시박물관사업소로 옮겨진다. 책 목록만 작성하는 데도 한달반이 걸린 물량이다.
창간호엔 잡지마다 각별한 의미가 담겼다는 것이 수집한 이유다. 대중잡지, 전문잡지, 기관잡지, 학교잡지 등 잡지라는 잡지의 창간호일 것 같으면 불가사리처럼 모았다. 팔도강산 구석구석 안 간데가 없다. 무슨, 한 권의 창간호 잡지가 있다는 소식에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날아가기도 했다.
어느 금융기관 단체가 미쳐 확보해두지 못한 창간호 잡지의 자료를 구하지 못해 안달인 끝에 수소문해 도움을 요청해온 적도 있다.
‘현대문학’은 현대 문단의 원로며 중진들이 등단한 말 그대로 현대문학의 산실이다. 1955년 1월 문학평론가 조연현이 주간을 맡아 펴낸 창간호는 횡서가 아닌 종서다. 54년의 연륜으로 잡지는 종이가 빛바랬지만 천금의 가치가 담겼다. 이외에도 산더미처럼 수집된 각종, 각계의 창간호 잡지를 보면 한국 잡지사의 흐름과 명멸을 읽을 수가 있다.
그의 집 2층 서고(書庫)는 온통 종이 냄새다. 방안 벽을 돌아가며 천정에 닿도록 세워진 서가(書架)를 책으로 가득히 메우고도, 방 복판에 책이 꽉찬 서가가 또 서 있다. 책이 만권쯤 돼 보이는 가운데 창간호 잡지가 빠져나가고 나면 좀 헐렁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책 등 문헌이 서고를 지킬 것 같다. 문헌에는 국내 신문의 창간호며 1000호, 3000호, 5000호 같은 지령 특집호 신문 등이 수백 점이다.
이 같은 수집광은 괴벽적 열정이다. 처음 동기부터 그러했다. 서울대농대 3학년 때다. 국립도서관 사서 직원과의 다툼이 있었다. 교수의 강의로 참고자료를 얻기 위해 어느 잡지 창간호를 찾았더니 ‘잡지따위를 무슨 도서관에 두느냐’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국립도서관이 안 하면 내가 하겠다는 오기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원시에 기증하는 것은 마치 보물을 내놓은 거 같을 것이다. 어려운 결단이지만 잘했다. 공공기관에서 수원의 명물로 더 가치있게 더욱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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