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골목상권 문제로 시끄럽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문제라고 한다.
국정감사장에서 모 국회의원과 정부 관련 부처장이 SSM 문제로 공방을 벌이는 걸 보아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
시장경제에서 누구든 자유롭게 경제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SSM이 문제일까? SSM의 출현은 우리 집 주변의 소상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들이 줄도산할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과거 우리 서민의 일상에서 편리한 소매품 제공처로서의 역할을 해 왔던 지역 소상인 슈퍼마켓들은 언제부터인가 대형마트로 인해 상당히 위축되었고, 그나마 현존해 있는 슈퍼마켓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야간시간판매라든가 묶음판매가 아닌 소량판매 등으로 나름의 틈새기능을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업형 슈퍼마켓이 동네에 들어서면서 대형마트에 대항하여 나름의 존재감을 찾아가던 소상인 슈퍼마켓이 그나마 남아 있던 존립 기반을 빼앗기는 형국이니 소상인 슈퍼마켓들이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문제는 과연 이들의 출현을 막을 수 있는가이다. 오늘의 SSM문제는 과거 대형마트 출현에 따른 문제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본다.
오히려 지금은 SSM이 지역 소상인 슈퍼마켓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물론 같은 기업들이지만 대형마트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논란 상대가 추가된다는 것이다.
과거 대형마트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해 여기까지 왔는데, 과연 SSM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더욱이 이미 깃발을 꽂은 몇몇 SSM이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나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관련 법률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시장에서 대형마트와 같은 가격 경쟁력으로 대형마트보다 유리한 접근성 및 편리성을 지닌 SSM이 규제로 억제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은 SSM의 출현에 대항하는 방식으로 우리 지역의 소상인 슈퍼마켓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규제에 호소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될 수 있는 기능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
가장 효과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경쟁력 강화 방법의 하나는 결국 소상공 슈퍼마켓들의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라 본다.
즉, 소상공 슈퍼마켓들이 공동경영체로서 소지역 및 소상권 중심의 자치협동조합을 통해 공동구매, 공동판매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이런 소상인들의 조합 결성에 대한 지원으로 경쟁력 제고를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탈리아의 볼로냐라는 도시는 그 모범사례가 된다.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도시 볼로냐는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의 하나였는데, 분배, 평등, 자치, 협동, 상호부조의 정신을 근간으로 발전된 볼로냐의 협동조합은 볼로냐를 유럽에서 3번째로 잘 사는 도시로 만들어낸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다.
1800년대 대안경제의 모델로서 등장한 협동조합은 오늘날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에서는 다국적기업의 대형마트도 인수할 정도로 주식회사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 경제모델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마을공동체들이 생태, 육아, 교육, 먹을거리 등을 생활협동조합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는 사례가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형 슈퍼마켓의 출현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결국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소상인 슈퍼마켓들이 협동조합운동을 통해 도시 마을공동체를 결성하는 것이며, 정부나 지자체들은 이런 조합운동을 통한 마을 공동체가 지역경제 기반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내는 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수환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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