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이야기

로또 바람에 복권의 전성기를 20여년 누리던 주택복권이 쑥 들어갔다. 1억 당첨금을 인생 최대의 횡재로 알았던 주택복권이었다. 그러나 당첨금이 십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되기도 하는 로또가 나오면서 복권 마니아들 눈에 주택복권은 하찮게 여겨졌다.

 

지난주까지 364회에 걸친 로또 1등 당첨은 그야말로 운명을 바꾸는 인생역전의 대명사가 됐다. 회당 평균 3명만 잡아도 이 같은 행운을 붙잡은 수가 1천명을 넘는다. 하지만 그늘도 있다. 로또로 돈을 잃은 수 많은 이들의 한숨이 1등 당첨의 제물이 됐다. 아마 수백만명에 이를 것이다. 어느 부녀는 옥탑방에 살면서 있는 돈을 다 털어 로또 투기를 일삼다가 탕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행운의 인생역전이 인생유전의 불운이 된 예도 더러 있다. 어느 절도범은 훔친 로또가 1등에 당첨돼 대전 유흥가에서 돈을 흥청망청 써대다가 간첩으로 오인받아 신고되기도 했는데, 끝내 낭비벽으로 병을 얻어 숨졌다.

 

벼락부자가 된 당첨금 때문에 집안에 불화가 생긴 것이 심해져 가정이 풍지박산이 된 사람도 적잖다. 1등 당첨자가 없어 수차 이월된 당첨금 80억원을 한꺼번에 그도 혼자 거머쥔 어느 경찰관은 운이 억새게 좋았으나, 돈 달라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시달림으로 국내에서 살수 없어 이민가고 말았다.

 

그러나 다대수의 1등 당첨 행운아들은 당첨금을 잘 꾸려 그야말로 역전된 새 인생을 누리고 있다. 이토록 부러움의 대상인 1등 당첨금을 안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곧이 들릴까마는 있다. 이도 지난해 말까지 자그만치 17명이나 된다.

 

관련 자료에 의하면 1등에 당첨되고도 기한내 찾지 않아 국고로 환수된 수가 2005년 3명, 2006년 6명, 2007년 2명, 2008년 6명 등 17명에 이른다. 당첨을 모르고 찾지 않은 예는 1등만이 아니다. 2등부터 5등까지도 많다. 이렇게 해서 국고로 들어간 주인없는 당첨금이 모두 125만건으로 455억원이나 된다.

 

로또 열풍은 여전히 뜨겁다. 그런데 돈 많은 이들이 재미삼아 사기보단, 돈 없는 서민이 운명을 걸고 사는 것이 로또다. 로또 수익금은 서민들의 사회복지를 위해 쓴다고 한다. 서민의 복지기금 조성이 서민의 호주머니를 축내는 현상이 아이러니컬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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