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는 책이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고 보았다. “나쁜 책이든 좋은 책이든 모두 쓰는 데 많은 노력이 들고 저자의 정신으로부터 진지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개인의 생각을 가장 온전한 형태로 드러낼 수 있는 것으로 책만한 게 없을 뿐더러, 사유의 과정을 글로 가지런히 옮겨 책으로 묶어낸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책이 나오면 저자와 지인들이 ‘출판기념회’란 이름으로 어울려 집필의 산고와 출간의 기쁨을 함께 나눈다.
“세상에 책보다 더 이상한 물건은 없다. 그 내용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인쇄하고 제본하고 팔고 사고 비평하고 읽고, 이제는 저술마저도 한다.” 18세기 독일 물리학자이자 작가인 게오르그 리히텐베르크는 책에 대해 엄격했다. 너무 쉽게 내는 책, 영혼이 담기지 않은 책의 남발을 경계했다.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도서관의 반을 뒤지는 지적 치열함을 강조한 말이다. 리히텐베르크의 말대로라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저자와 지인들의 출판기념회보다 더 ‘이상한 모임’은 없다. ‘세상에 알려지기 위해 원고를 출판하는 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시장에 가는 바보와 같다.” 20세기 미국 시인 제임스 릴리는 ‘잿밥’에 눈먼 저술을 경계했다.
한국의 경우 출판기념회는 근대에 들어 주로 문인들이나 학자, 언론인 등이 저서를 발간하면 축하해주는 자리로 마련됐다. 대개의 출판기념회가 가족 또는 단체, 제자들이 주선해 열리는데 경제상 수월하진 않았다.
문인들의 경우 1970년대까지만 해도 주로 다방이나 음악감상실, 또는 주점, 중화요리집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작품집 발간을 자축하고 격려를 받았다. 출판기념회에 초대를 받으면 기쁨으로 알고 책값 개념으로 ‘봉투’를 주머니에 넣고 참석했다.
요즘이야 각종 저서를 출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크고 작은 출판기념회가 여기저기서 열린다. 500여명은 적은 편이고 보통 1천여명이 참석하는 출판기념회도 적잖다. 특히 지방선거나 총선 등 선거철을 앞두고는 수 많은 저자들이 탄생한다. 전문서적들도 많지만 개인의 사상, 성공담을 소개한 책들도 많다.
궁금한 일은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이 책의 저자·책명만 알고 내용은 모르지 않나하는 점이다. 저술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 /임병호 논설위원 지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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