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는 고물이어야 한다. 신품은 인기가 없다. 이러므로 생산공장에서부터 너덜너덜하게 흠집내고 무릎 같은덴 탈색해 출하한다. 다른 새옷은 조금만 흠이 있어도 안 되는데 비해 새옷도 고물로 만드는 청바지는 별종이다.
낡은 청바지를 입은 사람일수록 돈 많은 족속이 있었다. 금을 캐는 사람들이다. 1848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사금이 발견된 뒤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몰려든 사람들로 황야의 서부가 북적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황량한 들판에서 금을 캐는 이들의 잠자리는 천막이었다. 옷도 바지는 쓰다버린 천막조가리로 만들어 입었다. 그런데 천막천으로 만든 청바지마저 낡아 해어지곤 했는데, 낡은 청바지를 입은 사람일수록 인기가 높았다. 그만큼 오래 있으면서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이다.
북측이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매도하던 청바지를 수출한 사실이 놀랍다. 며칠전 스웨덴 푸브백화점에 ‘노코진’(NOKO Jeans)이 진열됐었다. ‘노코진’은 ‘북한에서 온 청바지’(Jeans from North Korea)란 뜻의 브랜드 명칭이다.
그런데 영업개시 30분 전에 백화점측이 매장 주인에게 철수를 종용했다. 이유는 “우린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휩쓸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무슨 정치적 논란인 진 확실하지 않다.
‘노코진’ 매장 업주는 온라인 판매를 하기로 했는데, 가격은 25만원에 해당하는 1천500마르크다. 북녘 노동자의 평균 월급 2년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노코진’은 스웨덴 사람이 북측 노동력을 이용하기 위해 현지에 공장을 세운 업체로 알려졌다.
진(Jeans)은 올이 굵고 질긴 능직의 무명으로 만든 바지 등을 말한다. 흔히 청색으로 염색한다. 한데, ‘노코진’은 청바지라기 보단 검은색이 더 짙은 흑바지다. 북측 당국이 진은 허용하면서도 본연의 색깔인 청색은 제한했던 것 같다.
소련의 붕괴가 청바지 바람 틈새로 시작됐다는 것은 아는 얘기다. 북측에서 만든 청바지 수출품이 흑바지 인 것은 흥미롭다. ‘노코진’은 해어지지도, 탈색도 안한 신품 그대로 출하돼 말끔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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