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의 처신

만약 검찰에서 날더러 돈먹었으니까 출두하라고 하면 활개치고 나갈 것이다. 왜냐면 그런 일이 없으므로 생사람 잡는 검찰을 혼내줄 생각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처신이 괴이하다. 본인 말대로 “한 푼도 받은 일이 없다”면 왜 검찰에 나가 당당히 밝히지 못하는가, 생사람 잡는 검찰을 혼내주기 위해서도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적 보호막 뒤에서 ‘정치공작’으로만 우기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검찰이 언론에 피의사실을 흘린 사람을 처벌하고 또 증거를 대야 출두하겠다는 소린 놀랍다. 말도 되지 않고, 있을 수 없는 일을 요구하는 것은 소환에 끝까지 불응하겠다는 것으로 생트집이다.

 

한명숙 측 사람들은 선민 의식에 빠진 것 같다. 대통령을 지내고 총리를 지낸 것이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걸로 여긴다면 만민 평등의 민주주의 이념에 어긋난다. 법 앞에 차별을 두는 선민 의식은 민주주의의 공적이다.

 

한 전 총리가 이러지 않다면 체포영장이 발부되기 전에 자진해 조사에 응해야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의사실은 돈을 주었다는 곽 아무개가 5만달러 돈 가방을 총리 공관에 놓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만으로는 공소 유지가 어렵다. 물증 등 증거가 나와야 된다. 돈 가방을 놓고 나왔다는 진술만으로는 공소 유지가 어려울 것을 모르지 않을 검찰이 수사를 어느 정도 진척시켰는 진 아직 모른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정녕 결백하다면 결백을 입증하는 것도 검찰수사의 오류를 지적해내야 가능하다. 혐의 사실을 아무리 공작한다 해도 없는 죄를 만드는 허구에는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 그의 피의사실이 알려졌을 땐 뜻밖이라고 여긴 부정적 견해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검찰 출두를 한사코 기피하는 것은 뭔가 캥기는 대목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높다.

 

만약 날더러 돈먹었으니까 검찰에 출두하라고 하면 혼내줄 요량으로 나갈 것이다. 한명숙은?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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