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기피, 남의 일이 아니다

정치·경제분야를 제외하고 요즘의 최대 화두는 아무래도 출산인 것 같다. 각 언론에서 연일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율이 저조하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고,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도 묘안을 짜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달 안산에서도 ‘아이낳기 좋은세상 만들기’ 결의대회가 열렸는데 이쯤되면 전국민이 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 우리나라의 인구증가율을 보면 보통 심각한게 아니다. 유엔 인구기금의 세계인구 현황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1.22명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최하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가 뭘까. 가임 여성들이 왜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지 그 원인부터 짚어봐야 해답이 나올 것 같다.

 

필자의 집안과 아주 가깝게 지내는 50대 중반의 젊은 할머니의 사례는 언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요즘의 추세를 반영하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교육계의 엘리트로 교감까지 지낸 그분은 얼마전 30여년동안 정들었던 교단을 떠났다. 아니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의 후학육성은 본인이 아니어도 후배들이 할 수 있지만, 가족의 문제는 남이 대신 해결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결혼한 자녀들이 출산을 미루는 모습을 보고 손자 손녀를 키우겠다고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이분의 사례를 보듯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거나 출산을 회피하는 요인 가운데 1회용 기저귀와 분유비용도 만만치 않고 사교육비도 부담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자녀를 안심하고 믿고 맞길 만한 시설이나 여건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주부의 취업률이 65%를 넘어서 부부 맞벌이 시대에 들어섰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출산장려금 지급, 다자녀가정공공주택 특별분양, 다자녀 교육비 지원, 불법낙태 단속 등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탁아시설의 대폭적인 확충이야 말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닐까 싶다.

 

또한, 돌보미를 이용한 육아의 경우도 그 실상은 녹록하지 않은 편이다. 우선 그 비용이 적어도 월 100만원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클뿐더러 아이들의 정서상에도 좋지 않다는 평가에 따라 기피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각 기업에서 출산 장려를 위한 경제적 지원이나 시설확충, 제도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되겠지만 이는 예산이 반영돼야 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됨에 따라 보다 더 큰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출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우선적으로 조성될 필요가 있다.

 

요사이 점심시간에 괜찮은 음식점에 가 보면 젊은 할머니들 모임을 곧 잘 볼 수 있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보니 그럴 수 있겠는데 대부분 그들의 화제는 자식자랑, 남편자랑, 옷자랑 등 별로 생산적이지 못한 대화가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이런 모임일수록 자기과시용 자랑은 늘어놓지만 사회봉사와 배려의 문화에 대해서는 인색한 편이다.

 

우리사회의 고령화추세에 맞춰 나이가 지긋한 유휴 인력이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활동모임에 참여한다면 우리사회도 건강하고 노인계층도 건강해 질 것이다. 또한 노인계층이 손자 손녀를 돌봄으로써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도움되고 젊은 부모들이 마음 놓고 직장에 나갈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도랑치고 가재잡는’식의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되는 정책이다.

 

그래서 출산은 무엇보다 젊은 부부, 본인들의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네 노인계층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새삼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젊은 할머니들이여! 아이 낳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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