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대통령이 취임 3년차 되는 해다. 집권의 가속력이 붙어 가장 활발한 국정을 수행할 때다. 그런데 아직은 시원시원한 맛이 없다. 그를 보면 답답한 느낌을 받는다는 사람이 많다. 지지하는 사람들 입에서도 이런 말이 나온다.
사실 MB 같은 대통령은 없다. 개인 재산 135억원 상당을 사회에 내놨다. 대통령 연봉 1억3천만원 또한 이웃돕기에 쓴다. 일찍이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한데도, 국민사회의 반응은 별로 감격하는 기색이 없다. 저잣거리에서 불쑥 떡볶이를 사먹어 경호원들을 애먹이고,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배추장사 할머니 목에 자신이 둘렀던 목도리를 벗어 감아주고, 욕쟁이 할머니 집에 들려 밥장사가 잘되는가 살피기도 했다. 하지만 그 같은 친서민 행보에도 역시 국민사회의 표정은 덤덤하다.
흔히 진정성을 말하지만 쇼는 아니다. 재산과 봉급을 송두리째 내놓은 마당에 더 이상 뭣을 노리는 가식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인기를 의식한 것은 맞겠지만, 서민층에 다가서려는 노력에 진정성이 없다 할 순 없다.
매력이 없는 것이 MB의 취약점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치솟았던 최고경영자(CEO)의 입지전적 매력을 대통령이 된 후 잃었다. 물론 국정 운영과 기업 경영은 다르다. 아쉬운 것은 대통령으로 변화한 자신의 이미지에 새로운 모델 확립이 미진했다는 점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란 것은 오래된 얘기다. 인간생활은 인식과 관념의 양면이 있다. 인식은 이성적이고 관념은 정서적이다. 물론 이성의 지배를 받지만, 이를 넘어 정서의 지배를 받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게 인간생활이다. MB는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성적으로 설득할 수 없는 것을 정서적으로 승복하게 할 수 있는 게 인간인 것이다. 반면에 이성적으로는 공감하면서도 정서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것 역시 인간이다.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받는 것 없이 이쁜 사람이 있다.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만약에 주는 것 없이 미운 대상이 되어선 국민의 불행이다.
예를 들어 이명박은 무조건 싫고, 노무현은 무작정 좋다고 한다면, 이는 이성적 인식이 아닌 정서적 관념이다. 대통령 직위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을 수뢰한 이의 죽음에, 그래도 좋다고 울부짖는 그들의 정서를 이성적으로 설복하기란 어렵다. 반대로 이명박은 모든 재산을 내놨어도, 하는 일마다 트집 잡는 거부감의 정서 또한 마찬가지로 이성적으로 설득하기가 힘들다.
‘임기 중에 대운하는 불가능하다’며 ‘대운하를 안 하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해도 4대강 정비를 대운하 공사라고 우기고, 중도실용의 친서민정책에도 부자들만을 위하는 정부란 소릴 이래서 듣는다.
MB가 독자적 매력과 민중적 공감의 정서를 갖는 길은 그에게 달렸다. 물론 지지도가 낮은 건 아니다. 뚜렷한 실정을 저지른 것도 없다. 하지만 국민사회와 정서적 공감대 형성을 돈후하게 다지는 것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충고할 것은 MB 자신이 정치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를 혐오시하여 자신은 정치인이 아니라고 한 그의 생각은 국정에 걸림돌이 된 재앙이다. 대통령이야말로 정치의 달인이 돼야 할 직분을 거부한다고 하여 정치인이 아닌 것은 아니다. 되레 일만 더 꼬이게 만든다. 오늘날 당 안팎 문제인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가 이렇고,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의 관계가 이에 연유한다. 정치엔 상대가 있어 혼자만 잘한다고 잘되는 게 아님을 안다. 하지만 대통령은 정국을 주도할 책임이 있다. 집권여당 대표가 따로 있다고 해서 방임하기보단, 나서야 할 땐 나서야 된다. 한국적 삼류정치를 선진국 수준의 일류정치로 만들기 위해서도 정치에 소극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정치는 청와대 초청이나 오찬회동 등이 전부가 아니다. 대통령이 당정을 활성화하고 야당과의 정치 복원을 위한 역량이 발휘될 때 비로소 집권 3년차 국정에 가속도의 동력이 붙고, 국민사회의 답답한 느낌 또한 가시게 될 것이다. 많은 국민은 MB의 일처리가 시원시원해지는 정치 스타일의 매력을 보고 싶어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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