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길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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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은 그야말로 특별한 일이다. 헌정 사상 특정인 1~2명만을 대상으로 사면한 전례가 8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이념이나 정치 관련 연루자였다. 경제인이 단독 특별사면된 경우는 처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 국가적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전 회장을 사면하면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느냐’는 한 가지 문제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도 “(무엇보다)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심사숙고한 끝에 이번 조치를 실시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사면해준 사례는 과거 국내외에서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파리가 런던에 패하자, 프랑스 정부는 향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뇌물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자격이 정지된 기드뤼 IOC 위원에 대해 2006년 5월 사면조치를 내려 위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는 박용성 전 IOC 위원이 유죄 판결을 받아 자격이 정지됐지만 2007년 2월 참여정부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사면한 바 있다.

 

현재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우리나라와 겨루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두 명의 IOC 위원이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 유치를 위해 설득 중이다. 우리나라는 문대성 선수위원 한 명뿐이다. 밴쿠버 IOC 총회는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 전 회장의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할 때 삼성 내·외부에서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놓고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은 시기상조다. 재벌 보호라는 부정적인 여론과 반대가 적지 않았음에도 특별사면을 단행한 정부의 의지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 전 회장은 국민 염원이 걸려 있는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만 오로지 전력투구해야 한다.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지 4개월 만에 단행된 특별사면에 보은하는 길이기도 하다. IOC위원 자격을 회복한 뒤 펼칠 이 전 회장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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