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유럽 생활 접은' 설기현 "목표는 이루고 왔습니다"

18일 포항과 1년 계약…아쉽지만 목표였던 EPL 진출에 만족

“결과를 생각하기보다 목표였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기에 유럽 생활에 만족합니다.”

 

1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설기현(31 포항)이 돌아본 유럽 생활이다. 비록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진 못했지만 벨기에부터 시작해 챔피언십(2부리그)을 거쳐 세계 최고 선수들만 모인다는 프리미어리그 무대까지 밟았기에 유럽 생활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설기현은 18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10년 만에 외국에서 돌아와 기분이 좋다”면서 “사실 항상 한국에 오고 싶었지만 언제 한국에서 축구를 해야 할지 시기를 정확히 잡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7년 3년 계약으로 풀럼에 입단한 설기현은 올해 6월 계약 만료에 앞서 지난 16일 계약을 해지했다. 그동안 레딩 복귀설과 홍콩 이적설 등이 나돌았으나 K-리그를 선택했다. 수원 입단설도 흘러나왔지만 설기현은 18일 포항과 1년 계약에 합의했다.

 

설기현은 “포항이 나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앞으로 경기를 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면서 “지난 시즌 포항이 AFC 챔피언스리그와 클럽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것도 인상 깊었다”고 포항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2000년 광운대 재학 시절, 벨기에 앤트워프로 떠나 유럽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뛰어온 설기현이 갑작스레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월드컵 출전을 위한 경기력 회복이었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가족이었다.

 

설기현은 지난해 10월 맨체스터 시티전 이후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미 허정무 감독이 “경기를 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던 만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팀을 선택한 것. 선수로서 마지막 월드컵에 나서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평가전을 통해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 것을 느꼈다”는 설기현은 “많은 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K-리그를 선택했다. 경기를 뛰어야 자신감도 생긴다. 선수로서 마지막 월드컵이기에 욕심도 크다. 그래서 귀국했다”고 말했다.

 

최근 2년간 가족과 떨어져 지냈던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설기현은 “가족이 가장 큰 요인은 아니지만 사우디를 거치면서 2년 정도 떨어져 살았다. 외국 생활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그래서 유럽 생활에 큰 미련이 없었다. 가족과 생활하고 싶었고 애들도 어려 함께 있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일단 가장 큰 관건은 K-리그 적응 여부다. 혹시라도 K-리그에 안주할까봐 계약도 1년으로 했다. 설기현은 “유럽 재진출 계획은 없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채찍질 하겠다는 의미로 1년 계약했다”면서 “유럽 스타일에 적응돼 걱정도 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절대 쉽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BestNocut_R]

 

그렇다면 설기현이 생각하는 유럽 생활 10년의 점수는 어떻게 될까. 설기현은 “몇 점이라고 판단하기 어렵지만 굉장히 만족한다”면서 “벨기에를 거쳐 목표였던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다. 결과보다 처음 나갈 때 꿈을 이뤄 좋다. 제2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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