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허심(心)'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심(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K-리그 득점왕을 향해 하루가 멀다 하고 쓴소리를 쏟아냈던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이 모처럼만에 호평을 내놨다.

 

19일(한국시간) 오전 스페인 말라가에서 끝난 핀란드 평가전(2-0 승리)에서 대표팀 복귀 이래 처음으로 풀타임 활약한 이동국(31, 전북)에 대한 허정무 감독의 코멘트는 "나쁘지 않았다"였다.

 

허정무 감독이 지난 14일 남아공 2부리그팀 베이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두 골을 몰아넣은 이동국에 대해 "약한 팀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강한 팀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을 상기하면 "나쁘지 않았다"는 말은 만족감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한 이날 경기에서 이동국이 허 감독의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앞선 경기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날 이동국은 지난해 8월12일 파라과이전을 통해 2년여만에 대표팀으로 복귀한 이래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90분 경기를 하는데 (경기력이) 안 좋으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면서 이동국의 45분 반토막 출전 이유를 밝혔던 허 감독이 핀란드전에서 이동국에게 90분을 모두 허락한 것만 봐도 활약을 짐작케 한다.

 

염기훈과 투톱으로 선발 출격한 이동국은 전반 35분부터는 최전방 원톱 공격수를 소화했다. 포메이션 변화에 대한 탄력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던 이동국이지만 이날 만큼은 중앙과 측면을 넘나드는 폭넓은 움직임을 선보였다.

 

공격의 정확도도 높았다. 핀란드의 압박에 밀리던 허정무호가 공격의 물꼬를 튼 것도 이동국의 발끝이었다. 이동국이 전반 24분 중원에서 시도한 왼발 중거리슛은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지만 끌려가던 분위기를 가져오는 슈팅이었다.

 

전반 28분에는 동료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절묘한 헤딩슛을 보여줬다. 비록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골키퍼가 이동국의 헤딩슛을 가슴으로 받아낸 지점이 골라인이었고,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골이 될 수도 있었다.

 

수비도 적극적이었다. 거의 매 경기 수비 지적을 받았던 이동국이지만, 이날은 상대 선수와의 공중볼 싸움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었고, 허리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얼마나 열심히 뛰어다녔는지 허정무 감독의 입에서 "적극성이나 수비 가담은 칭찬할만 했다"는 칭찬도 이끌어냈다.

 

다만 패스의 세밀함이 아쉬웠고, 후반들어 체력적인 부담으로 인해 전반 만큼 활발하게 공격을 주도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오늘 이상으로 해줘야 한다"는 말로 이동국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이동국에게 바라는게 많아진다는 것은 남아공행 가능성의 무게도 늘어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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