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되라’고 가르치는 가정교육

학교에서 선생님의 말이 권위를 잃고 있다. 학생이 공부 시간에 낮잠을 자거나 숙제를 해 오지 않아도 교사는 제대로 지도를 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청소년답게 행동해라’, ‘옷을 단정히 입어라’ 등의 행동 규범에 대한 지도의 실종은 더욱 심각하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나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행동규범에 대한 지도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스승의 행동에서 무언으로 전수받았던 행동 규범, 즉 도덕·윤리 교육이 단절된 상황에 이른 것이다.

 

행동 규범을 결정하는 도덕·윤리의 함양 교육은 책을 보고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승의 고매한 인격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그리고 스승의 행동에서 풍겨나는 도덕적 행동을 체험할 때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가치 교육은 교사가 존경받고 권위를 부여받아 학생들에게 모범적인 실체로 인정되는 교육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 이러한 교육 환경의 밑바탕에는 가정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가정에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종아리를 때리던 부모의 자애로운 가르침이 ‘다른 아이보다 성적이 나아야 한다’고 나무라는 부모의 이기적인 욕망의 표현으로 변질되어 도덕·윤리 교육이 도외시 되고 있다.

 

가정교육에서의 인성교육의 재건은 공교육 재건의 토대다. 학생이 스승의 권위를 인정하고 배우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해야 스승이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정교육이 회복돼야 교사가 지식과 생각과 육체가 미성숙단계에 있는 피교육자를 성숙의 단계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교육 당국과 교육 정책 입안자들은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 지식과 인격을 동시에 갖춘 교사 양성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훌륭한 교사만이 가정교육의 연장선상에서 도덕·윤리관을 제자에게 심어 줘 바람직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배우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가진 피교육자에게 지식을 전수하면 학습효과가 상승하여 학교 외의 곳에서 더 배울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선 훌륭한 자질을 지닌 교사가 가슴에 품은 뜻을 펼치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가치 교육을 시간 낭비로 치부하거나 이를 위한 인적·물적 자원의 활용이 규정상 어렵게 되어 있는 현실 때문이다. 교육 당국, 학부모, 교사 단체 등과 학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교장이 교사들과 합심하여 현장 교육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교장이 학교 운영에서 스스로에게 부여된 권한을 어려움 없이 행사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성원하여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은 교육 현안에 관심을 갖기에 앞서 자녀의 인성 교육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공 지식이 풍부하고 열성을 가진 교사가 알아듣기 쉽게 가르친다면 학생들은 능동적인 학습으로 학력을 높여 자신의 소질과 능력에 맞는 대학에 진학하여 나라의 동량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21세기는 지식 기반사회여서 지식교육에 치우칠 위험성이 많다. 그러나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인성교육이 결여되면 사회 질서에 혼란이 와 질 높은 삶을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각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만 다그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라고 다그쳐야 할 것이다.

 

/조창섭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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