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연예인 S씨, "스타지망생들 말리고 싶다"

[아이돌 考試 열풍⑤] 전직 연예인의 충고 … "끼 많아도 성공 어려워·"

스타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첫 번째 꿈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기획사에 소속되는 거다.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스타로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에 장기간의 연습생 과정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앞에 놓인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하다. 2000년대 연예계 활동을 했던 S(26)씨의 경험을 통해 참고 견디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그 세계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 모델로 데뷔해 가수 앨범 까지 냈다. 어떻게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게 됐나?

 

= 고 1때 우연히 잡지 모델을 시작했다. 기획사 없이 혼자 활동을 했는데, 원래 혼자 하는 모델한테는 기획사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 여러 기획사들과 미팅을 하다가 한 곳에서 가수 를 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사실 가수가 꿈은 아니었는데 어린 마음에 재밌겠다 싶어서 계약을 했다. 20살 때부터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하면서 트레이닝을 병행했다.

 

■ 연습생 기간이 길다고 하던데, 가수 연습생 생활은 어땠나?

 

= 3년 정도 가수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보컬 트레이닝, 연기수업 등을 학원과 개인 연습을 통해 번갈아가며 했다. 지금은 연습생 기간이 예전보다 더 길어졌다고 하더라. 기획사들은 꾸준히 몇 년을 버틴 애들의 성실함을 인정해서 그룹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근데 사실 몇 년을 연습생활만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완전히 다른 두 가지의 삶을 병행하는 거 아닌가. 같이 하던 동료들을 보면 중간에 일찍 그만 두는 사례도 있었고 연습생 중간에 도태되는 친구들이 많았다. 사실 뜨는 친구 보다는 사라지는 친구들이 훨씬 많다.

 

■ 유망하게 조명도 받았는데 연예계 생활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 어릴 때 뭣도 모르고 연예인이 멋져 보이고 좋아보여서 시작하게 된 건데 사실 나는 노래에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고, 대학에 오니까 공부를 해서도 그것보다도 충분히 멋진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점점 대학생활을 통해서 넓은 세상을 보게 되니 그 쪽(연예계)에 대한 마음이 식어 갔다. 또 그쪽 사회가 보이는 거만큼 화려하지도, 좋지만도 않고 힘든 게 훨씬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다보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활동을 그만 두었다. ■ 요즘에 아이돌 고시라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는데 당시에도 이런 현상이 있었나?

 

= 내가 연습하던 당시에도 연예인을 꿈꾸는 친구들은 많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시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었다. 큰 연기 학원이 있긴 했지만 가수를 가르치는 학원이 크게 있지는 않았고 지원자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그 사이 참 많이 변했다.

 

■ 예전이랑 지금이랑 달라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그때만 해도 아이돌은 정형화돼 있었다. 여자는 예뻐야 하고, 남자는 멋지고 잘 생겨야했다. 근데 최근에는 외모가 멋지고 잘생기지 않아도 매력 있는 연예인이 될 수 있다. 마스크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거 같다. 외모보다는 개성을 강조하는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나도 예쁘진 않지만 매력이 있으니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아이들이 영향 받는 거 같다. 또 아이돌이 또래 집단에서 나오고 외모가 특별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까 자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아이돌 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없나?

 

= (연예인이) 멋져 보이니까 어렸을 때 멋모르고 꾸는 꿈인 경우가 많다. 사실 그 세계에서는 끼가 많아도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음반을 내는 것도 어렵지만 음반이 나와도 그게 뜨기가 어렵다. 보통 아이들이 처음에는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면 큰 꿈을 갖고 시작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다수가 도태된다. 동료 중에 정말 노래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의 앨범도 흥행에 실패했고 결국 스타가 되지 못했다. 이런 게 현실의 대부분이다.

■ 요즘 스타를 지망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나?

 

= 내가 겪어봤던 세계고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된 세계라서 사실은 말려주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든다. 어린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공부하면서 미디어에서 내보내주는 스타들의 모습 밖에 없지 않나. 미디어에서 만들어주는 스타성 때문에 멋진 모습에 현혹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나이에 허황된 꿈에 시간을 바치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사실 끼 있고 될 사람은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 게 이 바닥이다. 꿈을 키우는 것은 좋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허황된 꿈을 갖게 되진 않을 까 걱정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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