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암, 국가암검진 도입을

55세 이상 남성 100명 중 3.4명꼴 日·中보다 높아 혈책채취해 위험도 예측 PSA검사 시행률 낮아

중국의 덩샤오핑 전 주석,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 일본의 아키히토 천황,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미국의 존 케리 전 대선후보. 이들은 모두 전립선암으로 사망했거나 또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이다. 전립선암은 세계를 움직이는 유명인들이 많이 걸려 ‘황제의 암’으로 불리기도 하고, 50대 이후 중년 남성에게 발병이 많아 ‘아버지의 암’으로 일컬어지는 대표적인 남성암이다.

 

전립선은 밤톨만한 크기로 방광 바로 아래, 직장 앞에 붙어있다. 정액의 30%를 생산하는 생식기관으로 주로 정자를 보호하며 요로감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전립선에 생기는 암은 서구식 식생활과 운동 부족이 몰고 온 현대병 중 하나다. 남성암 중에서 증가 비율이 가장 두드러져 2005년부터 남성 5대 암에 포함됐다. 현재 우리나라 55세 이상 남성 100명 중 3.4명꼴로 추정된다. 이는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높은 수치다.

 

전립선암은 일찍만 발견하면 10년 이상 생존률이 80% 이상인 비교적 ‘착한 암’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전립선암 진단 환자들 중 50%가 배뇨장애 등 이상증세를 느끼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다. 전립선암은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기 때문에, 소변이 가늘어지고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암이 어느 정도 커져서 요도나 주변 조직을 압박하거나 침범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립선암의 진단은 혈액검사의 일종인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와 항문을 통해 직장으로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는 직장수지검사, 전립선초음파촬영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들 검사에서 전립선암으로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이중 PSA검사는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히 혈액만을 채취해서 전립선암의 위험도를 예측 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은 PSA검사의 대중적 보급으로 전립선암 사망률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반면에 우리나라와 일본은 1990년대 초반에 PSA검사가 도입됐지만, 아직도 검사 시행률이 낮아 전립선암 사망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암에 대한 조기 발견과 치료로 암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 지난 1999년부터 국가암조기검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검진 대상 암종의 5년 생존율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 사업도 시작한지 10년이 지나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국가 암검진이 시작될 당시에는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환자 수도 그리 많지 않았고, 발병하더라도 생존율이 높은 암으로 알려져 검진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립선암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남성암 중 증가율 1위이며, 2007년 보건복지가족부 기준으로 남성암 5위, 남성암 사망 7위다. 200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의하면, 전립선암 환자 수가 국가암으로 관리되고 있는 자궁경부암 환자 수를 이미 추월했다.

 

전립선암으로 인한 사망을 낮추고, 미국에 비해 무려 20% 이상 뒤져 있는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암 치료비용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전립선암 조기검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저렴한 비용으로 간편하게 전립선암을 검진 할 수 있도록 국가암조기검진사업에 PSA검진을 하루 빨리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이영구 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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