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새로운 대처방식이 필요하다

최근 ‘졸업식 알몸 뒤풀이’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교육당국은 법률제정을 비롯하여 각종 대책을 수립하여 왔지만 학교현장에서 실효를 거두기란 어려운 실정임을 입증하였다. 학교폭력의 행태는 갈수록 다양해지며 그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학교폭력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의 모색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부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2004년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을 제정한 이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계획’(2005~2009년)을 수립하여 다양한 정책 및 사업을 펼쳐왔다. 2008년에는 법률개정을 통하여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 설치” 의무조항을 신설함으로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처를 위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을 강조하였다. 문제해결을 위한 지역사회의 참여 확대에도 불구하고 차원을 달리하며 새롭게 등장하는 학교폭력의 유형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때리거나 물건을 빼앗거나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학교폭력은 가해자의 강압에 의한 신체적·물적·심적 피해가 주된 현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학교폭력에 시달려온 피해학생들이 스스로에 대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자진해서 상납하는 일명 ‘빵셔틀’이 등장하게 되었다. ‘빵셔틀’이란 폭력서클에 가담한 ‘일진’학생들의 빵 심부름을 도맡고 있는 학생들을 뜻하는 은어이며, 셔틀은 PC게임인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유닛을 실어 나르는 비행물체의 이름이다.

 

가해 일진들에게 스스로를 ‘천민’이라 규정하고, 먼저 빵을 사다 바치거나 온갖 심부름까지 다 해주는 일명 ‘빵셔틀’이 됨으로써 교내폭력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담배를 사다주는 ‘담배셔틀’과 휴대전화를 빌려주는 ‘휴대폰셔틀’을 비롯하여, 숙제를 대신해주거나 대리 시험을 봐주는 이른바 ‘셔틀질’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수치심과 모욕감에 학업중단 및 자살 충동에 고민하기도 하고, 약육강식의 사회적 굴레에서 스스로를 포기하게 되어 원만한 자아형성의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해학생에 대한 분노 감정이 증폭되어 잠재적인 폭력성향이 나타나며 급기야 가해자로 전락되기도 한다. 가해자 처벌과 교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현행의 대책에서 피해자 보호와 치료에 더 많이 주력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담-특별교육-징계로 이어지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위주의 절차로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응하기란 역부족이다.

 

사태의 축소와 가해자의 전학이라는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에 앞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근본적인 치유 방법을 적극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하나의 대안으로 잠재적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동료 친구를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방관자 수준에 머물고 있는 학급친구나 동료가 피해학생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 나가며, 여기에 교사와 학생, 그리고 지역사회가 적극 동참한다. 우리사회에 팽배해 있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식은 지금까지 청소년들로 하여금 피해학생에 대하여 침묵으로 일관하다, 당사자만의 고통으로 치부하게 만들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납고리, 가해자와 피해자의 종속관계와 인권유린 등 새롭게 등장하는 학교폭력에 직면하여 동급생에 의한 적극적인 보호와 방어는 부당한 학교 내 위계질서와 학교폭력의 대물림을 막는 효율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전경숙 道가족여성연구원 가족보육청소년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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