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역풍에 분당 ‘흔들흔들’

입주 본격화 여파로 집값 하락세… 정자동 파크뷰 211㎡ 1년새 최고 5억원↓

“‘신도시’하면 분당이었는데, 이젠 ‘로또’로 불리는 판교에 밀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요”

 

신도시 매매가의 ‘바로미터’로 꼽히던 분당이 판교 등 주변 신도시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 말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분당의 매매가는 금융위기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한 후 현재까지 2007년 최고가의 84% 수준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이는 분당과 같은 1기 신도시 산본과 중동이 94% 수준으로 회복한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기록이다.

 

14일 분당과 판교지역 부동산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판교신도시 입주가 완료되고, 분당급 신도시로 불리는 동탄2신도시가 GTX(수도권광역급행전철) 등 교통호재에 힘입어 관심이 집중되면서 분당 집값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특히 분당의 대형아파트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당 정자동과 서울 청담동을 합친 의미로 ‘청자동’으로 불려오던 정자동의 파크뷰 211㎡(63.8평형)는 지난 1년 사이 최고 5억원 가량 급락한 17억~19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분당 서현동 우성아파트 155㎡와 현대아파트 208㎡도 1억원 이상 떨어지며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판교신도시 집값은 매매 위축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주 판교신도시 삼평동의 3.3㎡당 시세는 2천696만원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인근 분당지역의 이매동은 3.3㎡당 1천694만원으로 변동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분당 집값의 하락 및 제자리 걸음은 최근 전국적인 매수세 실종과 함께 판교신도시 입주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분당 이매동 A부동산업체 관계자는 “분당은 판교 입주로 물량이 많아진데다 동탄과 광교, 위례신도시 등이 인기를 끌면서 최초 신도시라는 입지가 다소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판교의 경우 분당에서 새 아파트를 찾아오는 세입자가 늘면서 전세가도 덩달아 오르는 가운데 매매까지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판교는 서울 강남권을 막고 있는 내곡·세곡지구 개발이 본격화되면 사실상 서울과 맞닿고 있는 형국이라 접근성이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판교테크노밸리와 알파돔시티 등 굵직한 연구업무 및 근린생활 시설이 속속 들어설 예정인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분당은 리모델링과 재건축 호재가 잠잠하면서 투자자 등 매수자의 눈길을 끌만한 변수가 적은 상황이다.

 

리모델링을 준비 중인 분당 정자동의 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될 때 수요자들이 몰릴 수 있지만 현재 판교 등 주변 신도시의 공급물량이 쏟아지는 추세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형복기자 bo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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