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허가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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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름만큼 중히 여기는 것이 없다. 가령 자신의 이름이 난 신문 같으면 자기 관련의 기사 지면이 한 켠 구석에 볼품없이 났어도, 톱기사보다 관심이 더 깊다. 이름은 자신의 간판이다. 이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부모가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더러는 본인 이름을 맘에 들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름이 촌스럽다거나 부르기가 어렵다거나 나쁜 것을 연상케 한다거나 하는 것 등이다. 역술 풀이로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꺼림칙하게 여기기도 한다. 심지어는 전국을 떠들석하게 만든 흉악범 이름과 같아 곤혹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에 전국에서 84만4천615명이 법원에 개명신청을 해 73만233명이 허가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개명신청은 비송사건이어서 간단하다. 소정의 양식에 신청서를 내면 지방법원장이 판단해서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신청은 간단해도 좀처럼 허가가 나지 않던 것이 개명이었다. 사회의 소극적 안정을 위해서였다. 어린 아이일적부터 써온 이름을 사회활동이 한창인 어른이 되어서 바꾸면 혼돈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난 10년간의 개명 허가율은 86.4%로 무척 높다. 그러나 개명 허가가 까다롭던 시절엔 불허가 허가율만큼 높았다.

 

개명이 비교적 쉬워진 것은 대법원의 지침에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우선으로 본 해석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과 함께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자 하는 것 또한 행복을 추구할 권리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개명신청 사유가 황당하지 않을 것 같으면 허가가 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다. 뭘 황당한 걸로 보느냐는 것은 여기서 딱 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그것은 허가권자의 판단에 속하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보통사람들이야 죽어서 이름을 남길 것도 없지만, 비록 현세에서 사는 동안만이라도 행복한 이름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이 갖는 심정인 것 같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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