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짙어지는 검은 그림자 ‘우울증 ’

이상한 일이다. 봄이 되어 생명이 약동하면 없던 병도 낫는데, 이 병은 꽃이 피는 봄에 더 문제가 된다. 바로 우울증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유명인들이 우울증으로 고통 받다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시기가 대부분 봄이다. 딱히 봄에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겨울에서 이어지는 봄철에는 확실히 발현율이 높아진다. 우리 사회에서 지명도 높은 인사의 자살 소동이 빚어질 때마다 호명되곤 하는 우울증의 실체를 전문의를 통해 알아본다.

◇‘죽음 위의 병’, 우울증

살다 보면 누구나 슬프거나 고통스럽고 실망스러운 일을 겪게 된다. 그 때는 마음이 울적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상으로 회복되곤 한다. 이와 달리 우울증은 기분을 조절하는 신체기능에 이상이 생겨 오랫동안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로 인해 수면이나 식사·행동·생각·신체까지 영향을 받는 등 개인의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우울증은 전 인구의 약 15%가 한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병으로 여자에게 더 많은 경향을 보인다. 우울증 환자 중 10%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질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과 환자들은 선뜻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주위의 시선이나 편견이 두렵기도 하고, 치료는 약물치료만 하는 것으로 잘 못 알고 있거나, 정신과 약은 중독된다는 오해 때문이다.

 

◇검진에도 안나타나는 우울증, 전문가 상담 필수

우울증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아무 것도 하기 싫고, 때로는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 실제로 시도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만 내거나 만사가 귀찮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

 

쓸데없는 고민거리나 죄책감이 들고 괜히 짜증이 나기도 하고, 여기 저기 몸이 아프고 개운치 않으며 피로가 쉽게 쌓인다. 불면증과 식욕부진이 대다수의 환자에게 나타나며, 정신집중이 되지 않고 건망증도 심해진다. 소화불량, 초조, 가슴 답답함, 두통 등의 다양한 신체증상도 자주 나타나지만, 검진을 해봐도 아무런 신체적 이상이 없다고 답답해 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한 기분 지속되면 우울증 의심

우울한 기분이나 의욕 저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간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우울증에는 몇 가지 판단 기준이 있다. ▲거의 매일 우울한 기분(우울, 슬픔, 공허감 등)이 들거나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이 감소했다거나 ▲최근 한 달 동안 식욕부진(증가)이나 체중감소(증가)가 있거나 ▲불면 또는 수면과다에 시달리거나 ▲불안, 초조하거나 의욕이 없거나 ▲무기력하거나 피곤하거나 ▲존재감이나 가치감 상실, 지나친 죄책감이 들거나 ▲사고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유부단해 지거나 ▲반복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 자살사고, 자살기도를 했거나 등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방엔 스트레스 관리가 최선

우울증은 매우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고, 개인마다 증상과 경과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또 진단 후에는 항우울제를 포함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하며, 필요한 경우 광치료·자기자극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에게 닥친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그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지,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법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또한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 긍정적인 사고 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재발한 우울증의 경우에는 장기간의 꾸준한 약물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흔히 우울증 환자들은 무슨 일 때문에, 또는 누구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남을 용서하거나 자신 스스로 변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도움말=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과 교수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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