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매장, 콧대가 좀 낮아졌다?

대중화에 명품 브랜드도 경쟁…"백화점 '노마진 수수료' 옛말"

백화점이 그야말로 ‘신세계’를 제공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근사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싸게 판다고 외치는 장사꾼도, 조금이라도 값을 깎아보겠다고 흥정하는 사람도 없는 우아한 세계가 펼쳐졌다. 대리석 길을 따라 걷다보면 친절한 직원들이 따라 나와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에 앞서 백화점을 ‘신세계’로 만들어줬던 것은 역시 화려한 명품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명품이 대중화되면서 백화점을 특별하게 만들어줬던 명품매장의 힘도 과거보다 약해진 모습이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명품매장을 입점 시키기 위해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수료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시절은 지났다고 입을 모은다.

 

백화점에서 명품매장이 가지는 힘은 단순히 매출로만 따질 수가 없는데 바로 고급이미지의 강한 전달력 때문이다. 명품매장은 백화점의 최우선 목표이자 항시 과제인 ‘고급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그 자체가 백화점의 전략이었다.

 

백화점들은 그래서 명품 브랜드의 입점을 유도하기 위해 내부 인테리어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등 그동안 ‘저자세'를 유지해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오죽하면 '노마진' 소문이 공공연히 돌았다”며 “입점한 명품매장은 백화점 측에 어떤 지불도 할 필요 없이 장사만 하면 됐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 만원을 ‘가볍게’ 넘는 루이비통 가방조차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들고 다녀 ‘삼초 백’이라는 별명을 얻은 지금, 이런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굳이 백화점에 가지 않아도 명품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백화점에 입점된 명품매장을 보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받는 소비자는 크게 줄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대부분 백화점에서 웬만한 명품매장이 다 들어와 있어 백화점끼리도 차별화가 안된다”면서 “심지어 인터넷에서도 명품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과거만큼 고급화에 기여한다고는 보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화점이 명품브랜드에 매달리다시피 하는 것은 조금 줄어들었다”면서 “아무리 명품매장이라고 해도 매출이 부진하면 알아서 철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통 명품의 대명사 페라가모는 백화점 내 주요 위치에서 멀어지면서 규모가 줄었고 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LVMH(루이비통 모엣헤네시) 계열사 브랜드 셀린느도 자의 반 타의 반 자리를 빼고 있다.

 

‘노마진’ 소문까지 돌았던 수수료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맞춰지는 분위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원칙을 들고 나오면 명품매장들도 수용한다”면서 “예전에는 매장 인테리어 컨셉이나 규모까지 자신의 주장대로 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명품매장의 콧대가 과거보다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백화점 입장에서는 명품매장이 어려운 상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명품매장의 매출신장률이 과거만큼 폭발적이지 않다는 것이나 명품이 대중화됐다는 것 모두 사실"이라면서도 "명품매장을 입점시키기 위한 백화점 간 출혈경쟁이 마무리된 측면도 있고 무엇보다 명품은 백화점 고급화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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