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두렁 태우기 이제 그만

시골 출신이어서 그런지 어릴 적 부모님이 논·밭에서 두렁이나 마른 작물찌꺼기 등을 태우던 장면을 많이 보아 왔다. 그땐 마냥 불구경이 좋아 그 옆에서 놀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는 어릴 적 하나의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위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만약 불씨라도 다른 데로 옮겨 붙었다면 하는 아찔한 생각 말이다.

 

최근 금지는 되었으나 어김없이 논·밭두렁을 태우는 분들이 농촌에는 여전히 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시골 분들은 논·밭두렁을 태우는 것일까? 이유인즉 오래 전부터 논·밭두렁의 마른 풀과 비닐, 볏짚, 고추대 등 영농 잔해물(쓰레기)을 정리해 편리한 농작업을 추진하려는 의도와 논·밭두렁에서 겨울을 넘긴 병해충이 방제된다는 고정 관념에서 그렇게 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병해충이 방제된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며 오히려 병해충을 방지하는 천적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또한 논·밭두렁 소각 시 인근 야산으로 불씨가 비화돼 산불로 이어지고 다시 인근 주택이나 농장 및 공장에도 연소가 확대돼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3~4월 오산소방서 화재 현황을 살펴보면 산불이나 들불 화재가 전체 화재 출동 건수의 40~50%가량을 차지한다. 논·밭두렁 소각이 잦아지는 이 시기에 산불이나 들불 화재가 많아진다는 것은 산화의 큰 원인이 논·밭두렁 소각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일 것이다.

 

논·밭두렁 태우기가 금지된 이때 예전의 관습만으로 습관처럼 논·밭두렁을 태우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화재 발생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인적·물적 피해로 자신의 삶이 한순간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또한 시골에 부모님을 두고 도시에서 생활하는 자녀들의 경우 이 시기만큼은 자신도 농사일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어르신들이 잘 모르고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것도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 강민석 오산소방서 원동안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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