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일손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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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5, 6월은 모내기와 과수 열매솎기 등 일이 겹쳐 가장 많은 일손이 필요할 때다. 80년대만 해도 ‘품앗이’가 있어 농번기에도 큰 걱정이 없었다. 일을 하는 ‘품’과 교환한다는 ‘앗이’가 결합된 품앗이는 우리 민족 고유의 1대1 교환노동 관습이다. 파종·밭갈이·논갈이·모내기·가래질·논매기·밭매기·퇴비하기·보리타작·추수 등의 농사일은 물론 지붕잇기, 집짓기와 수리, 나무하기, 염전의 소금일, 제방쌓기에 이르기까지 널리 활용됐다.

 

대개 마을 단위로 이뤄졌는데 일손이 부족할 때 이웃 사람에게 서로 요청하고 도로 일손으로 갚았다. 큰일 있을 때 여자들의 음식 장만과 옷 만드는 일도 품앗이에 해당됐다.

 

그런데 요즘은 일손이 없어 농가들의 걱정이 크다. 5월이면 과일 솎아내기를 해야 하는데 당장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 농촌 인구가 줄어들고 최근 희망근로와 노인일자리 사업 등으로 인해 편한 일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진 탓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둬 더욱 그러하다. 6·2 선거는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3천800여명의 선출직을 뽑고 1만5천여명이 후보로 나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선거 사무원도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2006년 치러진 지방선거 땐 공식적으로만 15만명2천명에 이르렀다.

 

희망근로사업(10만명), 노인일자리사업(18만6천명) 등으로 그나마 있는 일손마저 없어지는 데다 선거 사무원까지 대거 빠져나가 농촌에서 일할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인건비는 덩달아 상승했다. 농촌의 올해 하루 평균 인건비는 남자 8만원, 여자 4만원보다 15% 이상 올랐다. 해마다 해오던 공무원들의 농촌 일손돕기도 뜸해졌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나서 선거법 저촉 없이 일손돕기를 할 수 있다고 관련 지침을 내려 보냈지만 현장 공무원들의 발길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농촌 일손돕기가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될 수도 있어 몸들을 사리는 탓이다. 공무원들이 나선다 해도 농촌 인력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기업, 학교 등의 일손 돕기가 없다면 농사를 짓기 어렵게 됐다.

 

신뢰와 인정을 바탕으로 농사일을 서로 돕던 품앗이 시절이 그립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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