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귀족

민중서림이 펴낸 국어대사전은 노동자를 이렇게 풀이했다. ‘육체노동을 해서 그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 노동력을 제공하여 그 보수로 사는 사람. 사무를 보는 사람도 이에 포함함. 근로자’라고 했다.

 

이에 육체노동은 블루컬러고 정신노동은 화이트컬러다. 그러나 세속적 관념은 블루컬러가 진짜 노동자다. 양복쟁이 화이트컬러는 블루컬러 입장에서 보면 노동자가 아니다. 한데, 노동운동의 발달은 블루컬러 계층보다 화이트컬러 계층의 이익을 증대하였다. 특히 한국적 노동운동은 이런 경향이 더 심하다.

 

요즘 노동계가 타임오프제 반발로 요동을 친다. 금융노조의 경우를 든다. 모은행은 노조전임자 9명에게 지급되는 연간 급여가 6억8천만원이다. 이중엔 1억원을 넘는 연봉도 있다. 노조위원장에게는 기사까지 달린 대형승용차가 제공된다.

 

이런 노조 전임자가 금융노조 전반에 295명이던 게, 오는 7월1일부터 노동 관련법 개정에 따라 162명으로 줄어든다. 이에 반발하는 것이 이른바 노동계의 타임오프제 사태다. 타임오프제가 적용되면 노조전임자의 시간외 수당, 즉 회사 일을 않고도 받았던 급여의 일부가 감소된다. 이 같은 혜택을 누린 노조전임자는 급여 외에 노조로부터 매월 300만원 가량의 판공비를 따로 받는다.

 

노조전임자는 전적으로 회사가 아닌 노조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엄밀히 따지면 회사가 급여를 줄 필요가 없다. 노조가 월급을 줘야 된다. 그런데 월급은 회사에서 받으면서 일은 노조를 위해 하는 것이 노조전임자다. 걸핏하면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회사측에 트집잡기 일쑤인 노조가 전임자 급여는 회사에 기생하는 것이다.

 

국어대사전은 노동자는 정신 및 육체적 양면의 노동력 제공자로 풀이했으면서, 노동판은 ‘육체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진짜 노동자인 노동판의 육체노동자들이 금융노조를 보면 ‘너희들이 과연 노동자냐’라고 할만 하다. 국내 노동운동은 블루컬러를 빙자한 화이트컬러의 세상이다. 특히 대조합의 특권적 간부나 상위노조는 가히 노동귀족이다. 이런 노동귀족들이 비위에 틀리면 파업을 들먹이곤 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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