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한반도 분단 중 첫 번째가 38선이다. 현재의 두 번째 분단인 1953년 7월27일의 6·25전쟁 휴전선에 앞서, 남북이 8·15 광복과 함께 북위 38도선으로 갈라진 것이 38선이다.
많은 북녘 사람들이 38선을 넘어 월남했다. 인민군 경비병에 들켜 총살을 당하기도 했다. 아흔여덟살인 B씨는 월남하면서 죽인 아기에 대한 회한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38선 월남은 지리에 밝은 현지인에게 돈을 주고 그의 안내에 따라 밤에 경계선을 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그런데 B씨의 갓난아기가 경비병에게 들킬 지경으로 울어대어 일행들의 불만이 심해 아기의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고 위기를 넘기고 보니 이미 질식사해 있었다는 것이다.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평화누리길’이 트레킹 코스로 개장됐다. 김포시 대명항 함상공원 인근에서 시작해 고양~파주에 이어 연천군 신탄리역 ‘철마는 달리고 싶다’ 표지판까지 조성된 DMZ 트레킹코스 182.3㎞ 구간은 주변 경관이 수려할 뿐만 아니라 북녘땅이 한눈에 보인다.
휴전된 지 벌써 57년째다. 그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DMZ는 각종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세계적인 생태계 보고가 됐다. 그러나 아름다운 이 산하에는 그 옛날 ‘시산혈하’의 비극이 고여있다. 1950년 6월25일부터 1953년 7월27일까지 3년여에 걸친 한국전쟁의 참극이 빚어진 최후의 격전지다.
트레킹(trekking)은 원래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달구지로 정처 없이 집단 이주생활을 한 데서 유래됐다. 지금은 산과 들을 바람 따라 떠나는 도보여행 또는 사색여행을 뜻한다.
지난 8일 경기도가 개장한 트레킹코스 ‘평화누리길’은 앞으로 많은 답사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에만 심취하여 지난날의 비극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화누리길’은 ‘전쟁지옥길’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땅을 지키다가 젊은 나이에 전사한 고혼의 유해가 발굴되지 못한 채 아직도 잠들고 있는 지역이다.
DMZ 트레킹코스 사색여행길에서 38선 분단, 휴전선 분단 등 두 번에 걸친 조국의 분단을 생각해보는 것은 뜻 있는 답사가 될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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