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본고장서 살아남자"…메이드 인 코리아 분투기

스위스 바젤 시계 박람회 현장

화려하고 웅장한 부스마다 수백 년 전통을 자랑하는 명품 시계들이 즐비하다. 과거와 미래, 전설과 과학이 공존하는 시계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지난 3월, 지구의 모든 시계가 한 곳에 모인다는 스위스 바젤 시계 박람회의 모습이다.

 

10만명에 가까운 바이어와 관람객, 업체 관계자들이 박람회 기간 이 곳을 찾는다. 파텍필립, 롤렉스등 유명 브랜드들은 바젤 박람회에서만 신상품을 공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매나 직판을 허용하지 않는 트레이드 쇼인 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에겐 신규바이어를 발굴하고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는 데 최적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올해로 벌써 9번째 박람회를 찾은 국내 업체 로만손은 한 명의 바이어라도 더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명품 브랜드들의 격전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고인준 차장은 "박람회가 열리는 일주일 동안 직원들은 끼니를 거르는 것은 기본, 밤을 새는 것은 다반사"라며 "몇 분 시간만 생겨도 주저앉아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워낙 중요한 행사라 계속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품 뿐아니라 제품을 전시하고 바이어를 맞이하는 부스에도 신경을 쏟았다. 로만손만이 가지는 가치를 알리기 위해 부스의 디자인까지 철저히 기획했다. 전통과 현대의 가치를 동시에 시계에 담고자 부스 디자인의 모티브는 프랑스의 신개선문에서 빌려왔다.

 

임경재 로만손 브랜드기획실장은 "로만손은 전통적인 시계 기술에 트렌디한 현재를 접목시키고자 한다"면서 "전통과 현대를 섞어 구조화한다는 의미에서 '시간의 건축'을 올해 테마로 잡았고 박람회 부스에도 이를 형상화했다"고 말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국내 6개 기업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시계를 선보이는 데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아동산업과 해리메이슨 등 업체 관계자들은 야심차게 준비한 신모델들을 하나 하나 조심스레 꺼내 부스를 꾸몄다. 전시품에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가 있으면 바로 일대일로 붙어 제품의 장점을 설명했다.

 

아동산업 한대희 디자인부 이사는 "행사 기간 동안만 1억이 넘는 돈이 든다"면서도 "당장 수주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장기적인 브랜드 경쟁력 갖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참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박람회에 참가하지 못한 기업들은 다음 해에는 기필코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분위기를 살폈다. 밸런스시계 조태록 대표이사는 "바젤 박람회는 시계산업에 연관된 모든 사람들이 모이는 전문적 전시회"라면서 바이어를 만나고 발굴하거나 시계 트렌드를 살피는데 최상의 조건이라 참가 업체가 아님에도 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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