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사(故事)

전한(前漢) 경제 때 권신 두영과 전분의 다툼이 심했다. 그러던차 두영의 친구인 장군 관부가 사고를 일으켜 조정에서 논란이 됐다. 경제는 어전회의를 열어 중신들의 의견을 물었다. 한 신하가 처음엔 엄벌을 주장하는 전분의 의견을 지지하다가, 형세가 관용을 주장하는 두영의 쪽으로 기울자 입을 다물어버렸다. 화가난 전분은 어전에서 물러나자 그 신하에게 “수서양단(首鼠兩端)하는 꼴이란…” 하고 핀잔을 주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전하는 고사다.

 

쥐가 구멍에서 머리만 내밀고 바깥을 살피며 나갈까 말까하고 망설이는 것을 빗댄 말로, 양다리를 걸친채 태도를 분명히 취하지 않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뜻한다.

 

‘곡학아세’(曲學阿世)는 정도를 벗어난 학문이나 논리로 세상 사람들을 현혹시키거나 권력에 아첨한다는 뜻이다. 중국 원나라 때 지은 ‘십팔사략’(十八史略)이 전하는 고사에서 유래됐다.

 

역시 전한 효혜제가 인재를 널리 구해 원고생을 조정의 ‘박사’로 등용했는데, 그의 나이가 이미 아흔살이었다. 이에 소장학자인 공손홍이 있어 늙은 원고생을 시답지않게 여겼으나, 원고생은 조금도 개의치않고 대하다가 어느날 공손홍이 실수를 하자 이렇게 타일렀다. “내가 보기에 자넨 젊은 호학지사로 전도가 촉망한데, 학문을 세상 속물에 왜곡당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라”고 말해 공손홍은 전날의 무례를 뉘우치고 그의 제자가 됐다. 원문은 ‘곡학이아세’(曲學以阿世)라고 됐다.

 

수서양단하는 기회주의자들의 논리가 대개는 곡학아세를 일삼는다. 지방선거가 본격화 한다. 각급 후보자나 후보자 캠프 진영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이런 소리 저런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그 많은 말들이 다 진실일 수는 없다. 수서양단하는 곡학아세가 선거판을 어지럽힌다. 이를 가려낼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책임이다.  /임양은 본사주필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