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법정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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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이런 속언이 있었다. ‘경찰은 때려조지고, 검찰은 불러조지고, 법원은 미뤄조진다’는 것이다. ‘경찰은 때려조진다’는 것은 옛말이다. 지금은 피의자에게 손찌검을 했다가는 되레 폭력경관으로 몰려 치도곤을 치르기 십상이다.

 

그러나 ‘불러조진다’는 것이나 ‘미뤄조진다’는 말은 지금 역시 일리가 없지 않다. 법원이 ‘미뤄조진다’는 것은 재판 기일을 자꾸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민형사 간에 재판부가 재판 기일을 자꾸 미루는 것은 재판 당사자들로선 답답하기가 속 터질 지경이기 때문에 나온 소리다.

 

수원지법안산지원이 야간법정을 열기 시작했다는 신문 보도에 ‘미뤄조진다’는 말이 생각나 법조 출입을 할 때 들었던 속언을 예로 들었다. 현대사회는 생활 양상의 변화를 가져와, 예컨대 낮엔 집에 사람이 없다시피 됐다. 지방관서에 밤샘민원실이 나오고, 개인 병원도 야간진료가 생기는 것이 이 같은 생활 양상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법원이 야간법정을 여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물론 제도상으로는 야간법정을 갖도록 됐을지라도, 법원의 보수적 성향으로나 업무의 과중으로 보나 막상 실시하기란 쉽지 않다. 야간법정은 낮엔 생업에 쫓기는 재판 당사자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재판부의 노고가 적잖다.

 

안산지원에서 지난 14일 시작한 야간법정이 민사 소액사건을 위주로 한 것은 비교적 원고·피고 간에 다툼의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민생활과 밀접한 것이 소액사건이다. 소액사건의 조속한 해결은 곧 서민생활의 기여로, 법률의 생활화에 사회적 실효를 인식게 한다.

 

아쉬운 것은 야간법정이 월 1회에 국한하는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더 자주 열리고, 일반 민사사건에까지 확대하는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 불구속 피고인을 대상으로 하는 형사재판도 야간법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론 당장은 판사의 업무량에 비춰 어려운 실정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수원지법안산지원의 야간법정 개설을 시작으로 전향적인 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법원의 변화가 기대된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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