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뿔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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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이 여러 가지 있지만 ‘쥐의 뿔’이 있을 리 없다.

 

사전적으로 ‘아주 보잘 것 없거나 규모가 작은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는 게 없으면서 잘난 척한다’는 말도 된다. 전설이나 속담에선 남자의 성기를 빗대는 남사스러운 말이다. 지방에 따라 쥐가 개로 바뀌어 “개뿔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작한 홍보 동영상에서 이 말을 써 구설에 휩싸였다. 그것도 남성을 얘기한 게 아니다. 여성 비하로 ‘쥐뿔’을 갖다 붙였다.

 

한나라당 디지털팀은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당 홈페이지에 모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해 제작한 ‘선거탐구생활-여당편’이란 동영상을 올렸다.

 

이 동영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등 현 정부의 치적을 나열하면서 여당과 정부는 같은 편인 만큼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지지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문제는 동영상 중의 ‘말’이다. 남성 주인공이 여성 주인공에게 ‘여성은 선거에 무관심하다’는 뜻으로 “여자는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한다” “여자가 아는 것은 쥐뿔도 없다” “여자가 드라마는 재방, 삼방도 보지만 뉴스는 절대 안 본다”고 했다.

 

한나라당 디지털팀 관계자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 20대 여주인공이 정치와 한나라당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서툴렀다.

 

20대 여성들이 왜 정치에 관심이 없는가. 천안함이 침몰됐을 때, 구제역에 걸린 소·돼지들이 살처분당할 때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다. 정치인들의 TV 토론 때 방청석을 채운 사람은 거의 젊은 여성들이다.

 

‘쥐뿔’이 논란을 일으키자 한나라당이 당 홈페이지에서 그 동영상을 내렸지만 ‘2010 여성유권자희망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성토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선거 홍보용 동영상 제작의 최종 결재자가 누구인 줄은 모르겠으나 잊힐 만하면 불거지는 여성 비하 발언은 고질적이다. “여자가 아는 것은 쥐뿔도 없다”는 동영상을 만든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쥐뿔’도 모르는 모양이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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