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좌파의 ‘종북주의’

임양은 본사주필 ye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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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조사, 부정하려는 그들

진실 왜곡하는 유시민의 억지

그들은 믿지 않는다. 아예 믿지 않으려고 작심했기 때문이다.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 프로펠러에 북녘 글자체 일련번호가 찍힌 물증 등이 아니라, 더한 것을 갖다대도 그들은 아니라고 한다. 오늘 발표된 상세한 국제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중복되게 여기에 옮기지는 않겠다. 허나, 어차피 그들은 쇠귀에 경 읽기다. 천안함 절단면을 눈앞에 보여줘도 “좌초돼 침몰했다”고 우기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진실은 하나다. 평양정권의 소행임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등 30여 나라에 통고한 천안함 브리핑은, 국제사회의 신뢰가 담보됐다. 조사는 우리만이 한 것이 아니다. 미국만 참여한 것도 아니다. 영국·호주·스웨덴 등 여러 나라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한데도, 아니라고 우기는 그들은 또 이렇게 억지를 부린다. “지금 나오는 얘기로 봐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배가 외부 폭발에 의해서 침몰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이란 사람이 CBS 라디오에서 한 말이다. 그는 또 북측을 이런 말로 두둔했다. “그런 어뢰라면 누가 언제 설치했고, 북한의 어떤 배가 와서 했는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상식 불허의 허를 찌르는 것이 기습 도발이다. 조사 내용은 북이 공해를 통한 상어급 잠수함 침입 루트의 정황 증거를 제시했지만 시인할 그가 아니다. 그는 처음엔 천안함 침몰에 황당한 미군함 연루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만이 아니다. 문제는 남북관계가 얽힌 일이라면 사사건건 무조건 북을 비호하고 나서는 데 있다. 반목을 일삼자는 게 아니다. 동포 간의 친북, 친남 즉 남북 화해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대남정책 적대시에 맹종하는 친북은 친북이 아닌 종북이다. 국내 좌파가 해외 좌파와 다른 것이 바로 이점이다.

 

해외 좌파는 ‘제3의 길’ 등 합리적 방향을 모색한다. 이에 비해 국내 좌파는 평양정권과의 접근성을 잣대 삼는다. 같은 좌파라도 평양정권을 비판하면 이단시하는 것이 종북주의 좌파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공식 및 비공식으로 평양정권에 퍼준 돈이 약 10조원이다. 동포애로 퍼준 대가가 대남 위협의 군비 확장으로 되돌아 왔다. 김·노가 김정일을 찾아가 평화 공존을 그토록 부르짖었는데도, 조선로동당 규약의 대남혁명 기본 노선은 삭제되기는커녕 더 선명해졌다. 종북주의 좌파는 이 정부가 햇볕정책을 중단해 경색 국면을 가져왔다지만 아니다. ‘햇볕’ 속에서 개발된 것이 저들의 핵무기다. 제1연평해전, 제2연평해전 역시 ‘햇볕’ 기간에 도발됐다.

 

조선중앙방송이 걸핏하면 “남조선 혁명세력은 파쇼세력 타도에 떨쳐나서야 한다”고 선전선동하는 남조선 혁명세력은 누군가, 종북주의 좌파를 지목하는 세간의 의심이 없지 않으나 그들이 공산주의자는 아니다. 유시민은 말했다. ‘정부 발표에 이의를 제기하면 빨갱이로 몰린다’고 했다. 마타토어다. 누가 빨갱이라고 했단 말인가, 그렇게까진 믿지 않는다. 다만 본의든 아니든 저들의 잠재세력으로 이용될 수 있음은 유의해야 한다.

 

평양 최고인민회의 양형섭이 “남조선 괴뢰…”를 들먹이며 천안함 공격을 부인한 것은 상투적 수법이다. 저들은 6·25 남침도, 124 특수부대 청와대 기습도, 울진 무장공비 침투도, 아웅산 묘소 폭파도, KAL기 격추사건 등도 모두 부인한 집단이다. 양형섭은 그러면서 천안함 사태를 공작 삼아 북침을 획책한다고 얼토당토않은 생트집을 잡았다.

 

종북주의 좌파들에게 간곡히 일러둔다. 예를 들어 성장보다 분배에 우선을 두자는 것도 좋고, 교육에서 경쟁력보다 형평성을 중시하자는 것도 좋고, 노동의 유연성보다 안정성에 치중하자는 것도 좋다. 그러한 주장의 융합이 필요할 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제발 평양정권을 교조적으로 옹호하는 주술은 더는 그만둬야 한다.

 

예컨대 평양정권이 제 통치하의 인민을 굶기는 잘못은 제쳐두고, 동포가 굶는데 북에 쌀을 안 보낸다고 정부를 헐뜯는 따위의 편협성은 가치관의 오류다. 마찬가지로 천안함 기습이 설령 북의 소행일지라도, 당한 우리 쪽에 문제가 있다는 투의 유시민 발언 또한 망발이다. 애초부터 조사 결과가 어떻든 천안함 사건의 북측 관련을 부정하려고 마음먹은 그들이다. 언어의 현란한 기교로 진실을 호도한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순 없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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