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전주의 세력에겐 미래가 없다

‘난 이젠 이 자리에서 죽나보다.’ 서울에 있는 가족들 얼굴이 눈에 어른거렸다. 다정했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먹밥으로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기관총을 북쪽을 향해 걸쳐놓고 벙커 안에서 며칠 밤을 지새우는 초긴장 상태의 연속이었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적의 포탄과 총알이 비 오듯이 내게로 쏟아질 것에 대비하여 즉각 반격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오고 있었다. 나는 그때 제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하늘에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왜냐하면 나는 정말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서울에 있는 가족의 품에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인 1979년 고 박정희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최전방 휴전선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국민들 사이에선 북한이 이틈을 노려 남침할 것이라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전쟁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고조되어 있었다. 현재 위치 사수의 명령이 긴급 하달되었다. 이렇게 비상상황은 몇날 며칠 이어지다가 해제되었다. 다행스럽게 북으로부터의 남침은 없었다.

 

전쟁의 비극 일어나지 말아야

그 당시 휴전선 철책선에서 말단 소총수로서 군대생활을 하고 있던 필자로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평화에 대한 굳은 신념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확고하다. 나처럼 최전방에서 군 생활을 했거나 현재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목숨처럼 소중한 게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천안함 사건으로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다. 먼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그분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다만 사회 분위기가 침착함을 잃어서는 안 되며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분위기를 선거에 이용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고 본다. 이는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몇몇 언론을 통해 대북강경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차제에 북한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나도 여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그 방법이 문제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3일 전쟁을 각오하고 북한을 한번 치자는 주장도 한다. 다른 사람은 국지전이라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 군대 갔다 와봤소? 당신 전투경험 있소?” 전쟁을 무슨 인터넷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침착하고 냉정한 대응 필요해

 

우리나라는 지정학 상으로 보면 국지전이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외세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공장들은 초토화된다. 경제는 마비된다. 특히 경기도는 전쟁의 화마 속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휴전선 지근거리에 위치한 파주의 최첨단 LG필립스 공장은 어찌될 것인가. 수원 삼성 공장은 온전할 것으로 믿는가.

 

자기 백성들은 밥을 굶겨가면서 핵무기 제조에 혈안이 되어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북쪽의 호전주의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조상은 누구요. 당신들은 어느 민족이란 말이오. 또한 남쪽의 감정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지도급 인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 경제는 어찌 될 것 같소. 우리 국민은 뭘 먹고 살라는 말이오. 그동안 피와 땀으로 일궈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 경제 인프라의 소중함을 인식한다면 이런 때일수록 조금 더 침착하고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세상으로부터의 고립이다. 그들의 호전성에 미래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제 냉담함과 무관심으로 그들을 압박해 나가야한다.  /장준영 민생경제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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