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지지대고개에 건립된 한국전 프랑스군참전비, 육군 대령이 인솔하고 대위와 상사가 수행한 경기대 학군단 대표 일행이 전사자 명단이 새겨진 참전비 비문 앞에서 도열해 일제히 거수 경례를 올렸다. 이어 헌화와 묵념을 거행했다. 지난 4일 오전 10시, 현충일에 앞서 있었던 비록 간소하나마 뜻깊은 추념식이다.
프랑스군 4천여명은 6·25 남침으로 조국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을 때 지평리전투 등 치열한 격전지에 참전, 1천124명의 사상자를 냈다. 참전비 비문엔 인류의 자유를 위해 이역땅에서 젊은 목숨을 바친 288명의 전사자 명단이 격렬했던 전적과 함께 각인돼 있다. 유엔 16개 참전국 일원인 프랑스군은 1951년 1월10일부터 1953년 7월27일 휴전 때까지 한국 전선에서 싸웠다.
토성형 돔 모양의 프랑스군참전비는 벽면을 이용한 비문으로 건립돼 얼른 보면 돔 안에 아무것도 없어 보이나, 자세히 보면 돔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양식이 특징이다.
프랑스군참전비 정문에는 오늘도 우주만물의 근원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자유·평등·박애를 의미하는 프랑스 삼색기 국기와 함께 나란히 펄럭이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에 휘날리는 두 나라 국기는 뭔가 더 진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프랑스군참전비가 있는 곳은 효행공원이다. 공원엔 정조대왕 동상과 정조의 유품 등이 전시된 효행기념관이 있다. 주변 경관이 수려한 데다 아늑해 일반 공원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프랑스군참전비 앞으로는 광교산 진입로가 있어 많은 등산객들이 다닌다. 또 효행공원 주차장은 만남의 장소가 되어 적잖은 사람들이 여기서 만나 제3의 장소로 이동하기도 한다. 적어도 이달만이라도 프랑스군참전비 앞을 지나다니는 등산객이나 주차장 이용객들은 참전비 앞에서 경건하게 묵념을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그날, 단장인 듯한 대령의 인솔하에 프랑스군참전비를 찾은 경기대 학군단 대표 학생들은 한층 더 싱그러워 보였다. 경건하면서도 절도 있는 자세가 미덥기도 했다. 나라를 지킨 6·25의 희생을 잊어서는 오늘의 나랏일을 논할 자격이 있다 할 수 없다. 어제는 현충일이었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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