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세습

‘대를 이어 충성하렵니다…’는 김정일 노랫말의 한 대목이다. 이 노래가 노동당 중앙당의 지정곡으로 보급된 것이 1973년 말이다.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친애하는 김정일 비서동지의 정치사상을 목숨으로 보위한다”는 말 또한 이때 나왔다. ‘김정일 노작’ 학습이란 것도 시작됐다. 김정일의 후계자 부각에 따라 1949년에 사망한 그의 생모 김정숙 역시 격상됐다. “김일성 주석님께 무한이 충직한 불굴의 투사”로 묘사됐다. 이 바람에 김일성의 당시 처인 김성애와 김정일 간에 암투가 있었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난 엊그제 평양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2기 3차회의는 사실상 김정일의 후계자 옹립을 위한 포석이다. 물론 경제 분야 등의 인적 쇄신이 있었으나, 보다 주요한 것은 장성택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실세화한 점이다. 장성택은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으로 매제다.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정일의 셋째아들 김정은(26)으로써는 고모부인 것이다.

 

김정은의 후계자 세습은 지난번 김정일이 베이징에 갔을 때 후진타오의 인준을 받으므로써, 엊그제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은 후견인으로 장성택의 군림을 공식화한 걸로 보인다. 후진타오는 그때 “조선의 후계 지도자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평양정권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 체제를 구축했다. 자유민주주의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아니, 평양정권이 국호로 붙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름으로써도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어떻게 왕조 세습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를 저들은 ‘우리식사회주의’라고 강변한다.

 

평양정권의 특성은 권력 요직의 혈연화 연대다. 김정은 후계 세습체제 옹위 역시 인척관계인 장성택으로 전진 배치한 것도 같은 명맥이다. 이는 종파주의다. 레닌은 일찍이 수정주의와 종파주의를 예견, 이를 공산주의의 공적으로 설파한 바 있다. 평양정권은 레닌이 경계한 ‘우리식사회주의’의 수정주의와 권력 세습의 종파주의에 빠진 집단이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는 북녘 말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이들이 동포란 사실이 부끄럽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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