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의 위력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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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홍재형 의원은 3선, 박상천 의원은 5선이다. 그런데 18대 국회 후반기 민주당 몫인 국회부의장 경선에서 홍재형 의원이 부의장 후보로 당선됐다. 똑같이 39표를 얻었으나 ‘동수(同數) 시 연장자 배려’란 당 자체 규정 덕분이다. 홍·박 두 의원은 1938년생 동갑이지만 홍 의원은 3월생, 박 의원은 10월생이다. 국회부의장 선출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국회부의장은 당직이 아닌 국회직인 만큼 동수일 경우엔 선수(選手)를 우선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설마 동수가 나오겠느냐”는 판단에 따라 규정을 손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 입장에선 ‘설마가 사람 잡은’ 셈이다.

 

투표에서의 한 표는 이렇게 희비를 낳는다. 6·2 지방선거에서 남양주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이석우 후보가 351표 차로, 화성시장은 민주당 채인석 후보가 401표 차로 당선됐다. 엎치락뒤치락, 반전과 역전을 거듭해 후보는 물론 지지자들의 애간장을 밤새 태웠다. 후보자들의 피를 말리는 투표는 과거에도 적잖았다. 2002년 6·13 지방선거 때 똑같은 득표수였는데도 ‘나이’ 때문에 낙선의 고배를 마시거나 1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동두천시 상패동 기초의원 선거에서 이수하, 문옥희 후보는 1천162표를 얻었지만 ‘득표수가 같을 경우 연장자순’이란 선거법 규정에 따라 1942년생인 문 후보가 당선됐다. 강원도 원주시 개운동 기초의원에 출마한 이강부 후보는 4천826명의 투표자 중 1천542표를 얻어 허정균 후보를 단 1표 차로 따돌리고 신승했다. 한 표가 당락을 가렸음을 생각하면 투표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16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민주당의 문학진 후보가 3표 차로 낙선해 ‘문세표’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무투표 당선된 후보도 많다. 6·2 지방선거에 인천시 옹진군수 조윤길 후보를 비롯 기초단체장 8명, 광역의원 44명, 기초의원 16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98명, 교육의원 1명 등 모두 167명이 단독 입후보로 무투표 당선되는 행운을 누렸다. 무투표 당선자들은 그 복을 유권자들에게 돌리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가일층 매진해야 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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