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직급 명칭 변경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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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직 공무원의 경우 6급은 직책이 행정주사, 7급 행정주사보, 8급 행정서기, 9급은 행정서기보라고 한다. 지금은 ‘시설’직으로 통합됐지만 과거 토목 ·건축 등 기술직의 경우 급수에 따라 토목기사, 기사보, 기원, 기원보로 구분됐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5급 사무관이 과장, 6급이 계장이었는데 지금은 계장이 00담당 주사로 바뀌었다.

 

공무원의 명칭은 재밌는 얘기가 많다. 6급은 당연히 ‘주사’이지만 7, 8, 9급도 호칭할 땐 아무개 주사로 통한다. 기술직도 마찬가지다. 6급이 아니어도 대개 아무개 기사라고 부른다. 한 계(係)의 차석(次席)은 7급인데 부를 때는 으레히 아무개 차관이라고 호칭한다. 차관은 장관 아래 자리인데 그렇게 부른다.

 

주사·기사들 중엔 소씨. 안씨, 탁씨, 고씨 성(姓)을 가진 사람들이 적잖다. 이들이 회동하면 말로만이라도 술자리가 푸짐하게 마련된다. 소씨, 탁씨는 ‘소주(燒酒)사’ ‘탁주(濁酒)사’로, 고씨, 안씨는 ‘고기사’와 ‘안주사’가 된다. 소주와 탁주, 고기를 사와 안주로 삼는다는 우스개 소리다. 부(夫)씨 성 시장·군수는 만년 부(副)시장·부군수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호칭제도 개선방안’은 획기적이다. ‘하위직 공무원’으로 통칭되던 6급 공무원 이하 공무원에 대한 명칭을 앞으론 ‘실무직 공무원’으로, 신분증도 계급명칭이 아닌 업무 중심으로 바뀐다.

 

법령상 근거를 둔 것은 아니지만 보통 5급 사무관 이상을 ‘관리직’으로 호칭하는 데 반해, 6급 이하를 ‘하위직’으로 호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습적으로 쓰고 있던 하위직이란 명칭이 권위적이어서 공직 내·외 간 소통을 방해하고 사기를 저하시키긴 했다. 현재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주사’ ‘서기’ 등 계급별 호칭도 ‘주무관’ ‘조사관’ 등의 대외직명으로 바뀐다.

 

신분증에도 ‘담당관’ ‘국제조사관’ ‘근로감독관’ 등 업무중심의 대외직명을 표기한다. 공무원 직급 명칭 제도 개선의 주역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직급 명칭이 바뀐 만큼 직무도 걸맞게 수행해야 된다.  /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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