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부침주<破釜沈舟>

허정무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23일 갖는 나이지리아와의 B조 리그 마지막 3차전에서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비장한 결의를 다졌다.

 

대 나이지리아전은 꼭 이겨야 16강의 자력 진출이 가능하다. 지면 예선 탈락은 말할 것 없고, 비기면 골 득실을 따지게 된다.

 

한편 나이지리아가 기를 쓰고 이기려 드는 것은 16강의 희망도 있지만, 선수들 몸값 올리기와 자기 나라에 대한 전패를 모면키 위한 체면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피차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격전이 불가피한 것이 대 나이지리아전이다. ‘파부침주의 각오’를 밝힌 허 감독의 고사 인용은 그만큼 비장한 결의를 다짐하는 것이다.

 

‘파부침주’는 ‘파부침선’이라고도 한다. 솥을 깨고 배를 물속에 가라앉힌다는 말이다. 중국에서 항우가 썼던 작전이다. 유방이 제후들과 연합한 20만 대군을 항우는 단 3만명으로 맞아 싸우면서 이 작전을 썼다.

 

교전을 위해 수수라는 강을 건너고는 엉뚱한 엄명을 내렸다. 병영의 취사도구인 가마솥을 모두 깨부수고, 탔던 배는 모조리 물속으로 가라앉히라는 것이다. 장졸들에게 지급된 식량은 마른 것으로 3일분뿐이었다. 사흘 안에 이기면 다시 배를 준비해 돌아갈 수 있지만, 만약에 지면 쫓기는 몸으로 배를 준비할 수 없어 더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한 상황이 된 것이다.

 

항우는 이러한 3만 장졸들을 인솔해 유방의 20만 대군을 상대로 외곽에서부터 싸우는 것이 아니고, 곧장 지휘부 내부로 깊숙히 기습 공격을 감행, 종횡무진으로 휘저어 대군을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유방의 제후 연합군은 절반이나 죽고, 유방 또한 가까스로 도망쳐 겨우 목숨을 보존한 것이 ‘파부침주’의 고사다.

 

허정무 감독의 ‘파부침주’ 인용은 결전에 임한 각오를 밝힌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하다. 잘 쓰이지 않았던 고사성어가 유행어가 될지 모르겠다. 선전을 기대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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