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축구대회가 어두운 오심 논란에 휩싸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미 B조 리그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의 대전에서 주심의 오심을 공식 인정한데 이어, 미국과 슬로베니아의 C조 2차전 주심 판정에 문제가 또 제기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대 슬로베니아 경기서 2-2의 동점 상황에서 후반전 41분 미국의 에두가 넣은 역전골을 말리 출신 쿨리발리 주심이 득점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말썽이 되고 있다. 쿨리발리 주심은 에두가 골을 넣기 전에 반칙을 범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반칙을 저질렀느냐는 미국 선수단측 설명 요구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해 FIFA 심판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이외에도 심판 판정에 공식 비공식으로 제기되는 이의가 속출하고 있는데, 문제는 오심으로 밝혀져도 한번 내려진 판정은 번복되지 않으므로써 피해 회복이 불가능한 데 있다. 다만 심판 자질의 미흡을 이유로 다음 경기 배정에 제외시키는 등 불이익을 주는 것 뿐이다. 한편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감독과 선수간에 불화의 자중지란이 일어나 귀추가 주목된다.
반면에 밝은 이야기도 있다. 그리스 선수 하나가 자신의 킥으로 그라운드가 파여 떨어져나간 잔디를 제자리에 옮겨 손바닥으로 다독거리는 모습은 축구사랑의 면모가 역연했다. 남아공은 월드컵 준비를 졸속으로 하는 바람에 구장의 잔디가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것이다. 더욱이 당시 그리스는 우리에게 지고 있는 상황으로 촌각을 다투는 황급한 순간에도, 구장을 아끼는 그 선수의 모습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역시 경기의 저력이 몸에 철저히 벤 건 비록 숙적이지만 본받을만 하다. 그들은 몸싸움에서 넘어지고도 심판의 휘슬이 울리기 전까진 두 발로 낀 볼을 놓지 않고 빙빙 돌리며 패스를 위한 볼 컨트롤을 할 때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승부 근성인 것이다.
이탈리아와 뉴질랜드 경기는 약체 뉴질랜드가 강호 이탈리아와 1-1로 비기는 파란을 일으키며 기염을 토했는데 경기내용 또한 그만큼 격렬했다. 한번은 뉴질랜드 선수가 몸싸움 끝에 넘어진 이탈리아 선수에게 손을 내밀어 부축해 일으켜 세우는 것이, 직전의 거친 경기와 대조되는 모습이 정겨워 보이기도 했다. 승부도 중요하지만 세계 고위 수준의 선수들이 뛰는 월드컵은 보는 즐거움이 또 다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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