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11시 남양주 모 고등학교 카누팀 창단식에서는 듣는 이들의 귀를 의심할 막말이 쏟아졌다. 주인공은 놀랍게도 이 학교의 제일 어른인 학교장. 이 학교 K모 교장은 이날 교내 시청각실에서 선수와 학부모, 일반 학생·교사와 더불어 카누연맹, 교육청, 체육회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창단식에서 ‘꼴값 떤다’, ‘죽이고 싶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K 교장은 창단사를 하면서 “복싱 선수 중에 12라운드를 다 뛰고 나서도 힘이 남아도는 놈들을 보면 정말 꼴값 떤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며 “또 마라톤 완주 후에도 계속 뛰어다니는 놈들은 다 죽이고 싶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이어 “우리 학교는 공부 잘하는 학교다. 공부 못하면 운동 잘해도 소용없다”라는 말로 선수들에게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K 교장의 이날 창단사가 흡사 오갈 데 없는 아이들에게 선심을 베풀었다는 식의 말로 들렸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이날 창단된 이 학교 카누부 선수 10명은 인근 고교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중 갑작스러운 팀 해체로 전학을 오게 된 학생들이었다.
안 그래도 짧은 창단사였는데, 학교장이 막말로 일관했으니 선수들은 물론 새로 전학 온 친구들을 환영하고 창단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메운 학생들에게 오직 기억에 남는 말은 ‘꼴값 떤다’와 ‘죽이고 싶다’밖에 없을 듯 하다.
창단사에서 K 교장은 선수들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사석도 아닌 공식 행사에서 그것도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의 어른으로서 이러한 말을 했다는 것은 ‘교장’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결과로 해석된다.
창단식에 참석해 선수들의 건승을 기원한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창단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했던 내빈들은 학교장의 막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쓴웃음만 지은 채 발길을 돌렸다.
이 학교가 경기도 내 최초의 공립 개방형 자율학교라는데 설마, 공교육을 담당하는 수장이 자신도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이 같은 망언을 쏟아냈는지 교육자의 올바른 처신과 행동이 아쉽기만 하다.
/안영국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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