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대 증권사 ‘자문형 랩’ 잔액 2조 육박 은행도 상품 판매 채비… ‘랩’시장 더욱 커질 듯
투자자문회사처럼 전문지식을 보유하지 못하지만 일반 대중을 주고객으로 삼고 있는 은행으로서는 마케팅이 수월하다는 점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 보험에 이어 금융까지
우리나라 대형 은행인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은 오는 11월 시행되는 은행법을 앞두고 사전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에 이어 시중 은행들에도 투자자문과 투자 일임업을 허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과 자산운용업계들은 보험사에 이어 시중 은행들까지 투자자문과 투자일임을 열어주면 과당경쟁으로 부작용이 발생, 펀드와 ‘맞춤형 종합자산관리상품’의 시장기반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세계적으로 금융업권간 장벽을 낮추는 추세이기 때문에 은행과 보험사의 투자자문과 일임업 허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랩어카운트 중에서도 최근 자금이 몰리는 자문형 랩에 주목하고 있다.
자금이 몰리는 곳에 시중은행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
이에 은행들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증권사들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A증권 수원지점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고객층이 다양한데다 안정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번 투자에 나서면 주고객으로 관리가 가능하게 된다”며 “특히 은행들이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출시하면 우리 같은 고객층이 약한 증권사들은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도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자문형 랩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은행들의 시장 개방에 철저히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 시중은행, 왜 뛰어드나
펀드가 주춤하면서 더 이상의 펀드 고객 유치에 실패한 금융권이 그동안 제살 깎아 먹기 경쟁을 펼치며 다른 펀드에 가입한 고객 빼오기에 혈안이 돼 왔다.
하지만 올 초 자문형 랩 잔액이 10대 증권사 기준으로 5천818억원에서 3월 말 7천231억원으로 상승하더니 지난달 말에는 2조원에 육박한 1조9천815억원으로 급증하면서 금융권의 시선을 잡은 것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 상당부분이 자문형 랩으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주식형 펀드가 수익률에 따라 변동되는 것과 달리 자문형 랩은 특정지어진 종목에 집중 투자해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펀드의 경우 은행이나 상담사 등을 통해서만 수익률 등을 알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자문형 랩은 인터넷으로 투자자금의 흐름을 수시로 알 수 있어 투자자들도 손쉽게 재테크에 나설 수 있다.
/임명수기자 lm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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