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뽑은 치아에서 뼈 성분 추출 임플란트 치료 때 사용 가능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말이 있다. 입술이 없어지면 치아가 불편해진다는 뜻일 게다. 험한 일을 담당하는 것이 당연한 듯한 치아가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을 보호하는 것이 이치상 맞을 것 같지만 그 반대다. 환자의 입안을 매일 관찰하는 구강외과 의사의 입장에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치아와 잇몸의 관계도 그러하다. 잇몸 뼈가 든든해야 치아가 깊게 뿌리박고 튼튼할 것 같지만 치아가 튼튼해야 잇몸 뼈 역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치아를 뽑고 나면 잇몸 뼈도 수 년 이내에 모두 퇴축되어 없어져버리는 것을 진료실에서 많이 경험하는데, 필자는 요즘 이러한 현상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힘보다는 지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근육보다는 머리를 점차 더 사용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유로 씹기 근육도 점차 퇴화되기 시작하여 씹기 뼈의 평균 크기가 작아지고 좁아진 턱뼈에서 사랑니가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되어 현생 인류는 대부분 사랑니가 뼈 속이나 살 속에 묻힌 채로 지내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가설에 머무르지만 필자가 진행하는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이 시나리오가 신빙성 있게 느껴진다. 큰 턱뼈의 올바른 위치에서 씹는 기능을 담당하던 사랑니가 턱뼈가 작아지면서 턱뼈에 묻히는 경우가 많아져 생리적인 씹기 기능보다는 감염, 낭종, 종양 등 병리적인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원래는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사랑니가 이제는 달라진 환경에서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묻혀 있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랑니는 쓸모없는 정도를 넘어서 감염이나 낭종 등 잇몸 뼈, 더 나아가 턱뼈 자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발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묻혀 있는 사랑니는 아래로 지나가는 신경에 더 가깝다는 점이다. 사랑니와 신경 간 관계가 의심스러운 경우 CT를 촬영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빼 낸 치아에서 뼈 성분을 추출할 수 있게 되어 버려지는 사랑니를 재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자가치아뼈’라는 것으로, 내 치아에서 추출한 뼈라는 뜻이다.
원인이 잇몸 뼈에 있든 치아 자체에 있든 어떤 이유로든 치아가 소실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잇몸 뼈가 없어지므로 소실된 치아를 회복하기 위해 임플란트 치료를 한다. 임플란트 치료 시 이식을 해야 하는데 이때 사랑니를 재활용한 자가치아뼈를 사용한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자가치아뼈이식술은 우리나라의 치과의사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된 방법으로, 이미 외국의 유수한 SCI급 잡지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아주대병원 치과치료센터를 포함하여 전국에 설치돼 있는 자가치아뼈은행을 통하면 쓸모없이 버려지는 자신의 사랑니를 나중에 필요할 때 유용하게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정근 아주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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